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연말 양산을 앞둔 LG이노텍(011070)이 신공장에 자동화 기술과 인공지능(AI) 활용 공정을 도입하며 선두권 경쟁에 나섰다. 해당 시장에서 후발 주자로 나섰지만 풍부한 기판 사업 경험과 빠른 수율 향상을 통해 경쟁사를 추격하겠다는 전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이 올해 4분기 양산을 목표로 경북 구미에 설립 중인 FC-BGA 생산 공장에는 자율이동로봇(AMR)을 기반으로 입고부터 출고까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자동화 공정이 도입된다. 기존 LG이노텍 공장에서는 그간 AMR을 도입한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입고와 출고, 중간 기착지에서 공정 설비까지 소재·자재를 옮기는 과정을 직원들이 맡아 했다. 원래 사용하던 장비를 활용하기 때문에 설비 간 시차가 생기고 이 때문에 실시간 자동화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단순히 ‘무인 공장’ 설립에 그치지 않고 AI·딥러닝 등 첨단 기술력 도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일례로 기판 원재료가 입고되면 기존 축적한 물성 평가 데이터를 통해 제품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분석하고 결과를 다음 제품 설계에 반영하는 식의 AI 공정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이는 LG이노텍이 FC-BGA 시장에 뒤늦게 뛰어드는 후발 주자인 만큼 수율을 높이고 납기를 단축하는 방식으로 고객사를 빠르게 포섭하기 위해서다. 이비덴·신코덴키 등 일본 업체나 삼성전기 등 선두 업체들이 수년 전부터 FC-BGA 사업을 시작한 반면 LG이노텍은 지난해 2월에야 진출을 선언하고 4100억 원의 설비투자를 결정했다.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작심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 난도가 높은 FC-BGA 제품 특성상 단순히 시간이 흐르면 수율이 높아지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며 “자동화 및 AI 기술 도입이 사업 성공에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이유”라고 말했다.
후발 주자의 불리함을 안고도 LG이노텍이 FC-BGA 시장에 뛰어든 것은 시장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는 판단에서다. FC-BGA는 PC·서버 등의 반도체칩을 메인 기판과 연결하는 반도체용 기판으로 5G와 AI, 전장 반도체 성능이 고도화함에 따라 빠르게 수요가 늘고 있다. 후지키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FC-BGA 시장 규모는 2022년 80억 달러(9조 8800억 원)에서 2030년에는 164억 달러로 연평균 9%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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