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질서 교란 혐의로 10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미국 시타델증권이 재판 첫날 “해외에서는 문제되지 않는 정상 거래였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시타델증권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처분 취소소송 첫 변론기일을 22일 열었다. 시타델증권 측은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 전략은 전 세계 여러 시장에서 수년간 구사해온 전략과 동일하다”며 "전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부당하다고 판단됐던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증선위가 시장 질서 교란 행위 규정을 선례도 없이 자의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한국 시장에서의 거래 효율성 및 시장 효율성에 대한 좋지 못한, 두려운 선례로 남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시타델증권이 채택해 운용하는 알고리즘 주문 방식이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지가 이 사건 쟁점”이라며 “다음 변론 기일인 12월15일 증선위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판단한 구체적인 근거를 설명해달라”고 밝혔다.
시타델증권은 고빈도 매매로 유명한 미국계 증권사다.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을 통해 총 264개 종목, 6796개 매매구간에서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를 이용해 시장 가격을 왜곡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증선위는 이에 대해 118억 8000만 원의 과징금을 올 1월 부과했다. 고빈도 매매를 규제하는 국내 첫 과징금 사례였다. 이후 지난 5월 시타델증권은 증선위를 상대로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변론에서 증선위 측 대리인은 “시타델증권은 고가·물량소진 매수주문, 호가공백 메우기 주문 등을 통해 인위적인 매수세를 형성해 일반 투자자에게 주가가 오른다는 오인을 유발했다”며 “그 결과 가격이 왜곡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오히려 알고리즘 매매라는 점을 감안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가 아닌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가볍게 평가했다"며 "해외에서도 알고리즘 매매를 통해 모멘텀을 촉발, 매수세를 형성하는 시장질서 교란행위는 불공정 사례로 보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