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면서 발생한 ‘감기약 대란’ 재발을 막기 위해 대원제약(003220)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독감 의심 환자가 늘어나고 감염에 취약해지는 긴 연휴를 앞두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방문한 충북 진천 광혜원농공단지 소재 대원제약 공장은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6개 라인으로 구성된 이 공장은 ‘코대원에스’와 ‘코대원포르테’, ‘콜대원’과 ‘콜대원키즈’ 시리즈 등 대원제약을 대표하는 내용액제(시럽 및 현탁액) 대부분을 생산한다.
특히 대원제약은 진천공장 ‘완전 자동화’로 생산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이날 기자단에 공개된 포장실에서는 로봇이 충전실에서 완성된 제품을 박스에 포장하고 이송하는 작업이 순식간에 이뤄졌다. 스틱형 파우치 100포가 들어가는 ‘코대원포르테’ 의 경우 로봇이 무게를 재서 2435~2437g일 때 초록불을 켜고 제품 박스를 통과시켰다. 무게가 부적합한 제품이 발견되면 즉시 빨간불을 켜고 해당 제품을 따로 빼는 것도 로봇의 역할이다. 로봇이 통과시킨 제품 박스를 2개씩 모아 택배 박스에 담으면 이는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빠르게 이송됐다.
또 다른 로봇이 제품 박스를 식별해 팔레트에 쌓으면 자동운반로봇(AGV)이 자동화 창고까지 배달한다. 생산시설과 창고를 잇는 공간의 바닥에는 자석이, 천장에는 통신 시설이 깔려 있어 AGV가 프로그램에 입력된 대로 원부자재와 완제품 운반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대원제약 측 설명이다. 창고에서는 적재 로봇이 제품을 받아 입고해 제품의 분류와 저장, 입출고까지 사람의 손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러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시간당 1개 라인에서 생산되는 스틱형 파우치 제품은 3만 6000포에 달한다. 6개 라인 전체 기준 하루 285만 6000포, 연간 5억 6000만 포를 생산해 내용액제 생산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하지만 규모가 비슷한 대원제약 향남공장과 비교하면 근무 인력은 약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백승영 대원제약 진천공장 제조지원팀장(이사)은 “인력을 뽑기가 어려운 지역적 한계 탓에 공장 자동화는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다”며 “원래 재고를 비축해야 하는 시기에 출하 물량을 대기도 어려워 직원들과 충분한 보상을 협의하고 철야 근무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대원제약은 콜대원키즈펜시럽의 ‘상분리’ 현상도 개선을 완료했다. 제품이 제대로 섞이지 않는 상분리 현상 탓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자발적 회수 권고와 제조·판매 중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에 대원제약은 제제를 개선하고 유통기한인 2년 내에는 상분리 현상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제품을 지난달부터 다시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감기약 품귀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독감 의심 환자가 평년의 2~3배를 웃도는 데다 엿새간의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어 독감 등 호흡기 질환 감염에 취약해질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식약처는 특히 소아용 감기약 대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연구 용역에 나서기로 했다. 소아용의약품 부족 사례 원인과 경과 분석을 통한 공급관리 체계 개선 방안을 연구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해열제 등 감기약 제조업체·수입업체 대상 생산·수입량 계획 모니터링도 지속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약사회가 회원 49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99.4%(489명)가 ‘의약품 수급 불안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지난 6월 소아청소년 천식 치료제, 항생제, 독감치료제 등을 비롯한 141개에 달하는 필수의약품이 품절돼 소아 청소년 치료에 치명적인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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