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일제히 금리 인상 및 고금리 동결 기조를 굳히면서 이들 국가에 진출한 한국 금융기관들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기업금융(CB) 및 투자금융(IB) 딜에서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조달금리 등 비용을 낮춰야 하는데 고금리 환경 속에 조달금리도 오름세이기 때문이다. 이에 각 은행 런던지점들은 조달처를 질적·양적으로 다양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최근 런던에서 만난 국내 은행 런던지점들은 한목소리로 “탄력적인 자금 조달 전략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중앙은행(BOE)이 기준금리가 0.1%였던 2021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14회 연속 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21일(현지 시간) 영국의 기준금리는 1년 9개월 만에 동결됐지만 여전히 15년 만의 최고 수준인 5.25%에 달한다. BOE 통화정책위원회(MPC)는 “필요할 경우 금리를 다시 인상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우상현 신한은행 런던지점 본부장은 “고금리 시기에 조달 비용을 낮추고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머니마켓 시장에서의 차입 거래선을 다변화하며 기업 예금 유치를 통한 예수금 영업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저원가성 예금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우 본부장은 “영업에 힘입어 지점 거래 예수금 고객은 전통적인 한국계 기업뿐 아니라 영국·유럽 소재 기관 대상으로 폭넓게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양적으로 고객 폭을 넓힘과 동시에 질적으로도 런던 금융시장의 메리트인 양도성예금증서(CD)·기업어음(CP) 등 조달 수단을 다양화하고 있다.
우리은행 런던지점의 경우 달러·유로·파운드화 등 런던지점이 보유한 통화별 시장금리 현황에 각각 맞춘 자금 조달 전략을 취했다. 유로?파운드화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적인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고정금리 조달 비중을 늘리고 달러화는 일부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데 따라 변동금리 조달을 실시한다는 전략이다.
하나은행 런던지점은 금리 상승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를 대비한 신규 채권 매입 사전 작업에 나섰다. 내년께 금리가 하락하면 금리 상승기에 샀던 채권을 매도해 매매 차익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최성호 하나은행 런던지점장은 “최근까지는 매우 제한적으로 채권 매입을 진행했으나 점진적으로 채권 매입량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사전에 글로벌 우량 회사채 종목을 선정하고 충분한 거래 한도도 미리 확보해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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