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업체 맘스터치를 보유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는 지난해 1조 원 대의 가격에 회사를 내놓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 없이 매각 작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현재 케이엘앤파트너스는 수천 억 원 수준으로 매각가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도 1년 여간 버거킹의 새 주인을 찾지 못하다 최근 매각을 철회했다. 쉐이크쉑과 파이브가이즈 같은 미국 브랜드의 신규 진출이 계속되는 반면 글로벌 고금리가 지속하면서 인수합병(M&A) 업계가 보수적으로 변모한 때문이다.
국내 PEF 운용사들이 투자금 회수에 애를 먹고 있다. 금리 상승에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지는데 기업을 사줄 인수자들의 금융 부담은 커지고 있어서다. 국내외 큰손들도 선뜻 거액의 신규 투자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24일 집계한 리그테이블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말까지 누적 주식 매매 계약 체결과 인수 금액 납입을 완료한 거래는 총 187건으로 규모는 30조 3796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거래 건수와 금액이 각각 41%, 31% 감소했다.
고금리의 영향은 전방위적이다.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롯데카드는 최대 3조 원의 매각가가 거론되는데 4월 대중 교통카드 결제 시스템 기업인 로카모빌리티를 분리해 맥쿼리자산운용에 넘겼다. 롯데카드의 몸집을 줄여 매각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고금리가 연체 증가와 수익성 감소로 카드 사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어 내년 이후에나 매각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관련기사
매물로 나온 상조 업체 프리드라이프도 마찬가지다. VIG파트너스가 매각가 1조 원을 원하지만 이미 보험사들이 대거 매물로 시장에 나와 있어 새 주인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와 CJ 같은 대기업들이 높은 금리에 채권을 발행하며 자산 유동화에 나서는 실정”이라며 “조 원 단위가 넘는 매물을 안정적으로 인수하려면 자금력을 상당히 갖춰야 하는데 1조~2조 원을 얘기하는 딜(거래)은 그 자체로 보기 싫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앤컴퍼니의 자동차 공조 전문 부품사 한온시스템도 5조 원 안팎의 거래가에 시장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3월 말 현재 기관 전용 PEF 약정액이 10조 9761억 원으로 국내 1위인데 이는 투자금 회수를 못한 것이 한몫한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PEF 운용 업체가 경영권을 인수한 지 5년이 넘은 주요 기업만 해도 △네파(MBK파트너스 2013년) △한온시스템(한앤컴퍼니 2015년) △홈플러스(MBK파트너스 2015년) △락앤락(어피너티에쿼티 2017년) △에이블씨앤씨(IMM PE 2017년) 등이다. 투자금 회수 장기화에 중간배당(에이블씨앤씨)이나 유상감자(락앤락) 등을 통해 일부 자금을 회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직 국민연금의 고위관계자는 “미국이 내년까지 5% 이상의 고금리를 가져갈 것으로 보여 대형 사모펀드들을 중심으로 엑시트 문제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 매각 작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2월 동원산업과 최대 5000억 원의 매각가 및 조건 등을 놓고 협상이 진행된 보령(003850)바이오파마는 결국 매각이 무산됐고 화인자산운용과도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령바이오파마는 매각 지분을 당초 100%에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