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는 2025년 세계 수소 생산 시장 규모를 2014억 달러로 예측했다. 2020년보다 9% 이상 성장했다. SK·포스코·한화·롯데 등 국내 기업들은 2030년까지 50조 원을 투자하며 수소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미래 에너지 시장의 게임체인저 중 하나가 될 수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정부도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하며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다만 수소 경쟁력은 여전히 경쟁국 대비 5~7년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시장 구축과 규제 개선, 기술 개발 등 세 가지 과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주도권 확보는커녕 수소 수입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400대에 불과한 수소버스…충전소도 없다=전 세계 각국은 수소경제를 현실화하기 위해 수소버스를 비롯한 상용차 보급을 촉진하고 있다. 수소 승용차 한 대는 연 150㎏의 수소를 쓰지만 수소버스는 무려 6.2톤을 소비한다. 대용량의 수소를 10~20분 내에 충전한 후 600㎞ 이상 주행할 수 있어 전기버스 대비로도 경쟁력이 높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버스 등 수소상용차의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왔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수소차 등록 대수는 3만 3213대다. 이 가운데 3만 2790대가 승용차였고 상용차는 423대에 불과했다. 반면 우리나라보다 수소차 점유율이 낮은 중국은 수소차에서 상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98.5%에 달한다. 수소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상용차 보급을 촉진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이에 환경부도 내년도 예산안에서 수소버스 보조금 규모를 4017억 원으로 2397억 원 늘리는 등 수소버스 보급 촉진에 나서고 있다. 버스 대수로는 총 1720대 분량으로 올해 보조금과 비교하면 1000대가량 늘었다. 수소상용차 확대와 함께 충전소 설치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상업용 수소충전소는 200여 곳에 불과하다. 충전소 1곳당 수소차 130여 대를 책임져야 하는 실정이다. 그마나 수소버스에 주로 활용될 액화수소 충전소는 아직 전무하다.
◇수소 수입국 오명…“개발 국산화 시급”=기술 국산화도 시급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수소 저장·운송 분야 세계 특허출원 비중은 2011~2020년 5% 수준으로 미국(23%), 유럽연합(33%), 일본(22%) 등 주요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연말 세계 최대 규모로 열리는 액화수소 플랜트 역시 해외 기업 기술 제휴로 이뤄졌다.
권영국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해외와 기술 격차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연구 환경”이라며 “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연구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정수소만 놓고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올해 초 공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석탄·암모니아, 액화천연가스(LNG)·수소 혼소발전만 포함됐을 뿐 녹색수소나 수전해 등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국내에서 필요한 청정수소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들여오겠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체적인 기술 개발로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결국 수소 수입국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폭적인 지원과 규제 완화 필요=미 에너지부는 2021년 6월 ‘수소샷(Hydrogen Shot)’ 계획을 내놓았다. 목표는 청정수소 생산 비용을 향후 10년 안에 1㎏당 1달러로 낮추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설비를 개발해 발전하는 데만 약 420억 유로(약 59조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소 관련 일부 예산이 축소되는가 하면 목표치도 하향 조정됐다. 수소 생산기지 구축 사업 예산은 2021년 666억 원에서 올해 88억 원으로 줄었다. 2021년 발표된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수소연료전지 목표 발전량이 27테라와트시(Twh)였으나 올해 1월 제10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제시된 목표치는 16Twh로 줄었다.
조원철 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구단장은 “수소 관련 제도는 너무 촘촘한 것도 문제”라며 “기업의 사업에 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해외 법안을 참고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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