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050 탄소 중립 선언’을 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그린수소’의 핵심인 수전해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국가들이 본격적으로 수전해 설비용량을 늘리고 있는 반면 한국은 올여름 들어서야 겨우 실증 사업에 나섰다.
8월 산업통산자원부는 제주도에서 ‘30㎿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기술 개발 및 실증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 6년간 총사업비 2500억 원을 투입해 10㎿ 알카라인(ALK) 수전해 기술 개발, 5㎿ 고분자 전해질막(PEM) 수전해 기술 개발, 30㎿ 그린수소 생산 기술 실증 연구를 진행한다.
다만 수전해 기술의 경우 에너지 선진국은 물론이고 흔히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중국이 이미 수전해 설치에 적극 나선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뒤처진 모습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의 수전해 설비 설치 용량은 2015년 50.52㎿로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았고 2020년에는 116.36㎿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중국은 2015년 1.63㎿였지만 2020년에는 무려 14.4배 폭증한 23.47㎿의 수전해 설비를 설치했다.
수소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며 국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수전해 기술 투자에 나서고 있다. 두산퓨얼셀(336260)은 최근 올 하반기 사업화를 준비 중인 양성자 교환막(PEM) 방식의 수전해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 기술은 전기에너지를 물로 분해해 수소와 산소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수소버스 20여 대가 충전 가능한 430㎏의 수소를 하루에 생산할 수 있다. SK E&S는 미국의 수소 전문 기업인 플러그파워와 파트너십을 맺고 합작법인 ‘SK플러그하이버스’를 통해 수전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지게차용 연료전지 시장의 95%를 점유한 플러그파워는 수전해 전해조 설비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한국남부발전과 녹색수소 사업, 혼합연소(혼소)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수소 관련 ‘포지티브’ 규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을 통해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조원철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해외가 수소 관련해서도 제약을 최소화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택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규제들이 너무 촘촘한 것이 수소 발전에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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