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유례 없이 길었던 올해 추석 연휴를 이용해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이스라엘 등 중동 3개국을 방문해 사업 현장을 점검했다. 재계에서는 최근 몇 년동안 이 회장의 명절 출장에 '가족 중시'와 '전략적 행보'라는 두가지 키워드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주에 있는 네옴시티 건설현장을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했다. 이 현장에서는 삼성물산이 높이 500m, 길이 170km에 이르는 더라인(주거시설)의 교통 인프라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우선 전략적 중요성이다. 정재계에 따르면 국내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이달 중순 경 사우디를 방문할 예정인데 여기에 이 회장도 동행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이 일종의 '선발대' 역할을 맡아 정지 작업을 맡았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추석 때는 파나마를 방문해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에게 부산 엑스포 지지를 요청한 바 있다. 단순히 삼성 경영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이익이 될 방향을 찾는 '경제사절단'의 역할을 한 셈이다.
현재 삼성이 참여하고 있는 사우디 네옴시티의 공사비는 알려진 것만 해도 670조 원 수준으로 향후 공사 진행 과정에서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원전, 방산 시장 등에서 사우디의 무궁무진한 잠재력까지 감안하면 이 회장과 같은 글로벌 경제 거물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가족 또한 중요한 키워드다. 실제 이 회장은 명절 기간에도 집에 가지 못하고 열사의 땅에서 비지땀을 흘리는 사우디 현장 임직원의 가족들에게 굴비, 갈치 등 수산물을 직접 선물로 보냈다고 한다. 현장 임직원은 물론 그 가족들이 느꼈을 자부심을 미루어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추석 때 방문한 멕시코와 파나마 현장 임직원 가족들에게도 굴비세트를 직접 보내 노고를 격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현장 직원들에게 "중동은 미래 먹거리와 혁신 기술 발휘 기회로 가득 찬 보고(寶庫)"라며 "지금은 비록 타지에서 가족과 떨어져 고생하고 있지만 '글로벌 삼성'의 미래를 건 최전선에 있다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도전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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