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발표할 삼성전자와 현대차·기아의 실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바닥을 찍고 반등 신호를 보일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차·기아는 3분기에도 질주를 지속할 지 등이 포인트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기아의 실적은 특히 침체 국면을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의 회복을 가늠할 주요한 잣대라서 더 주목할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 등의 분석을 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개선 흐름은 보이지만 감산에 따른 고정비 증가 등의 여파로 당초 시장 기대에는 못 미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메모리 감산 효과와 가격 상승 전환 등으로 4분기부터는 확연한 실적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올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해 왔던 현대차·기아는 이달 말 예정된 3분기 실적발표에서도 기록 행진을 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6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강하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2조원 안팎…기대치보다는 낮아=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1일께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사 14곳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2.15% 감소한 1조9369억원으로 예측됐다. 매출 컨센서스는 11.34% 감소한 68조73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이 6000억 원대에 그쳤던 1·2분기와 비교하면 실적 개선 흐름이 뚜렷하다.
다만 2분기 실적 발표 시점 전후로 바닥 통과 기대감이 커지며 3분기 영업이익이 2조~3조원대를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실적 눈높이가 다소 하향 조정된 모습이다. D램과 낸드 감산 규모 확대에 따른 고정비 부담 영향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난 탓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부문의 적자 규모가 전 분기 대비 개선 폭이 미미하다"며 "낸드 부문이 부진한 전방 산업 수요 때문에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가 전 분기 대비 감소하며 적자 폭 또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3분기 반도체 부문 적자를 교보증권 3조4000억원, 하나증권 3조6000억 원, 한국투자증권 3조7000억 원, KB증권 4조 원 등으로 예상했다. 2분기에는 반도체 부문에서 4조36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제품 믹스 개선, 모바일용 제품 가격 일부 상승으로 메모리 평균판매단가(ASP)는 상승할 전망"이라며 "그러나 낮아진 가동률로 단위 원가 부담이 높아져 실적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회복세…"3분기 바닥, 4분기 반등 확실"= 4분기부터는 본격적인 감산 효과로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고 재고가 개선되며 실적도 반등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차 감산'이 메모리 가격의 하방 경직성을 제고 시켜 가격 반등을 견인할 것"이라며 "현 시점의 웨이퍼 투입 기준으로 작년 2분기 최대치 대비 D램, 낸드 모두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축소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D램과 낸드 재고가 5월에 피크(정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메모리 가격도 차세대 제품인 DDR5 등을 중심으로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DR5 16기가비트(Gb) 제품의 8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3.40달러로 전달(3.17달러)보다 7.26% 올랐다.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8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2.99% 내린 1.30달러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4분기 글로벌 D램 시장이 공급 과잉에서 공급 부족으로 바뀌며 D램 가격이 3분기 대비 17.8%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 메모리(HBM) 성장세 역시 3분기 이후 실적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가속 컴퓨팅 산업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에 HBM3를 4분기부터 납품할 것으로 예상되며 HBM 생산 능력도 2배 이상 늘릴 것으로 보인다"며 "엔비디아 외에 북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 브로드컴, 자일링스, AMD 등의 HBM3 수요가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D램 내 HBM 비중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기아, 분기 실적 고공행진…연간영업익 20조 돌파 확실= 증권업계는 현대차·기아가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분기까지 양사 합산 누적 매출은 129조9633억 원, 영업이익은 14조176억 원을 기록했다. 3분기 전망치를 반영하면 매출은 194조2587억 원, 영업이익은 20조3395억 원으로 한 해를 다 채우기도 전에 연간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20조 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먼저 현대차의 3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4.3% 증가한 39조3430억 원, 영업이익은 121.8% 뛴 3조4421억 원으로 봤다. 매출과 영업이익 예상치 모두 역대 3분기 최대다. 기아의 3분기 예상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7.7% 상승한 24조9524억 원, 영업이익은 263.2% 오른 2조7898억 원이다. 기아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은 역대 3분기 최고 기록을 무난히 경신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저효과의 측면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차량용 반도체 부품 수급난 완화와 고환율 효과,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의 믹스 개선 등 영향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대했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진 세타2 엔진 관련 평생보증 프로그램 품질비용으로 현대차는 1조3600억 원, 기아는 1조5400억 원을 실적에 반영한 결과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급락했다. 올해에는 지난해처럼 부정적인 일회성 요인이 없고 반도체 부품 수급난 해소로 차량 생산이 정상화돼 상대적인 수치는 크게 좋아진다. 여기에 친환경차,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수익 차종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3분기의 실질적인 실적의 호조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차 인센티브 상승에 따른 실적 피크아웃(정점 이후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으나 내연기관차 인센티브는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견조한 수요와 가격, 낮은 내연기관차 인센티브를 고려하면 호실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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