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2차전지 기업인 삼성SDI(006400)가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며 올해 사상 처음으로 2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 달성을 넘본다. 전기차 배터리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의 선전에 힘입은 도전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도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 초격차 기술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3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7곳은 최근 한 달 간 평균적으로 삼성SDI의 올해 연간 매출액을 23조 6642억 원, 영업이익을 1조 9521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삼성SDI가 거둔 매출액과 영업이익보다 각각 18%, 8% 많은 수치다.
특히 현대차증권(001500)은 삼성SDI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로 2조 430억 원을 제시해 삼성SDI가 창사 처음으로 영업이익 2조 클럽에 가입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NH투자증권(005940), 하이투자증권 등도 삼성SDI가 올 한 해 2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SDI는 상반기에만 역대 최대치인 매출액 11조 원을 돌파하면서 연간 호실적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삼성SDI의 올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조 1954억 원, 영업이익 825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10% 증가했다. 이에 대해 삼성SDI 측은 “전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 확대, 완성차 업체의 전동화 가속화로 회사가 자동차용 2차전지를 중심으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삼성SDI는 최근에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해 빠른 속도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스텔란티스와 미국 내 첫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tarPlus Energy)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GM과도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스텔란티스와는 2공장 건설도 계획하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나아가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액체 전해질(전류가 흐르는 물질)을 고체로 바꾼 제품이다. 기존 배터리보다 충전 시간은 3분의 1로 적고 주행거리는 두 배 길다는 점에서 ‘꿈의 배터리’로 불리기도 한다.
2차전지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SDI가 이미 전고체 배터리 부문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경기 수원 연구소 내에 시제품 제조를 위한 국내 유일의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고 고체 전해질 설계·합성에도 성공했다. 삼성SDI는 조만간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SDI는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시점도 경쟁 업체보다 빠른 2027년으로 설정했다. 다른 2차전지 업체 대다수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을 2020년대 후반으로 정한 상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는 기술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거 전고체 배터리 가격은 현재 상용화된 제품보다 수십 배 비쌌으나 삼성SDI가 2027년 목표로 삼은 가격은 상당히 합리적인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SDI는 아울러 글로벌 최고 전문가들을 규합한 연구개발(R&D)로 전체 2차전지 시장에서도 최상위 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배터리 공법·설비, 차세대 전지, 소재 기술 등 각 국가별 강점 기술들을 조기에 확보해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독일 뮌헨에 ‘SDI R&D Europe(SDIRE)’를 설립한 데 이어 8월에는 미국 보스턴에 ‘SDI R&D America(SDIRA)’를 세웠다. 올해 4월에는 중국 상하이에도 R&D 연구소 ‘SDI R&D China(SDIRC)’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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