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국내 증권사들이 2800대까지 제시했던 4분기 코스피지수 고점 수준을 2600선 전후로 대폭 내려잡기 시작했다. 상당수 증권사들은 올 하반기 기업들까지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발표할 경우 주가지수가 기존 연중 최고점 수준을 뛰어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달 27일 연말 코스피지수 예상 최고점을 기존 2800에서 2650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코스피지수 최고점이 8월 1일 2667.07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4분기 안에 주가가 이보다 높이 올라갈 가능성이 없다고 본 셈이다. NH투자증권(005940)도 같은 달 25일 4분기 코스피지수 범위를 2450~2750으로 예상했다. 코스피지수가 27일 2465.07 수준보다는 올라갈 공산이 크다고 보면서도 연말까지 연고점을 경신하기는 쉽지 않다고 봤다.
주가지수가 단기적으로 기존 최고점을 넘기 어렵다고 전망한 증권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대다수 증권사들은 10월 코스피지수 예상 범주로 최고점은 2650, 최저점은 2350을 제시했다. 적어도 한 달 안에는 8월 수준의 반등도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주류를 이뤘다. 구체적으로는 삼성증권이 2350~2600, 신한투자증권이 2400~2600, 키움증권(039490)이 2400~2620, 한국투자증권이 2450~2650을 이달 코스피지수 변동 폭으로 분석했다.
증권사들이 4분기 들어 이렇게 보수적인 주가 전망을 내놓는 것은 증시에 활기를 불어넣을 호재가 당분간 보이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하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를 당분간 접은 분위기다. 증권사들은 미국 예산안 협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부분도 증시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추석 연휴 기간 동안 타결된 임시 예산안은 문제를 연말로 미룬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이달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연일 하향 조정되는 점도 주식시장의 악재로 진단했다. 실제로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을 전망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50곳의 3분기 평균 예상 영업이익은 총 45조 4944억 원으로 한 달 전(46조 312억 원)보다 5368억 원(1.16%) 감소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약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005930)의 영업이익 추정치도 이 기간 2조 9666억 원에서 2조 5324억 원으로 4342억 원(14.64%)이나 줄어들었다.
투자 전문가들은 4분기 주가지수가 반전할 유인은 삼성전자 등 거대 기업의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경우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 결과에 따라 투자심리가 흔들릴 수 있다”며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점은 긍정적이나 실적이 예상보다 안 좋게 나온다면 수급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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