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최근 논란이 된 ‘아이폰15 프로’ 라인업의 발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애플의 대응에 IT 업계에서는 “애플이 아이폰 기능을 저하시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발열 이슈를 해결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아이폰15 프로 라인업의 최대 성능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AP 연산시 발생하는 각종 발열도 자연스레 줄어든다. 애플로서는 비교적 손쉬운 해결책이다.
이 같은 논란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이폰14 프로’ 라인업이 전성비(전력대 성능비) 등에서 아이폰 15프로 라인업 대비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폰15 프로 라인업에 탑재된 AP ‘A17 프로’를 전량 TSMC의 3나노 공정에서 생산했다는 점에서, TSMC의 선단공정 기술력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발열 이슈 외에도 애플 판매량의 위험 신호는 여럿이다. 아이폰 출하량의 24%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서 ‘애국 소비’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 우선 가장 큰 악재다. 여기에 중국 스마트폰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화웨이가 3년만에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 60프로’를 내놓으며 중국 내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치를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적신호 때문인지 올 7월만 하더라도 사상 첫 시가총액 3조달러를 돌파한 기업에 이름을 올렸던 애플은, 이달 몸값이 2조6953억 달러로 내려 앉았다. 생성형AI와 클라우드 및 각종 오피스 서비스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시가총액 2위(2조3284억 달러)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간의 자리바뀜이 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핫팩·탕후루’ 에디션? 발열·내구성에 조롱당하는 애플
5일 IT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15 라인업은 이달 13일 국내에 출시되지만 반응은 예전만 못한 분위기다.
애플이 지난달 아이폰15 라인업을 공개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아이폰 마니아들은 말 그대로 환호했다. 우선 각종 가격상승 요인에도 불구하고, 전작과 가격을 같게 책정한 것에서 ‘엄지척’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실제 아이폰15프로 128GB모델은 999달러, 256GB모델은 1099달러로 전작과 가격이 같다. 애플이 10년 넘게 고집했던 ‘라이트닝’ 충전단자를 버리고 C타입 충전단자를 채택한 것 또한 아이폰 마니아들의 환호로 이어졌다.
‘램크루지(램+스크루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용량 D램 탑재에 인색했던 애플이 아이폰15에서 D램 용량을 늘린 것 또한 흥행요소였다. 애플은 이번 아이폰15 프로 라인업에서 전작 대비 2GB 늘어난 ‘8GB LPDDR5’를 탑재했다. 중앙처리장치(CPU)의 연산을 돕는 D램 용량이 커지면 그만큼 스마트폰 연산속도가 빨라진다.
이 같은 환호는 보름여만에 탄식으로 바뀌었다. 아이폰15 프로 라인업의 발열문제가 잇따라 제기되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이폰16 라인업 출시를 기다리겠다’는 글이 늘었다. 아이폰15 프로 라인업에 탑재된 AP ‘A17 프로’가 문제였다. A17 프로는 TSMC의 3나노 핀펫공정에서 제작됐다.
A17 프로의 세부 스펙은 화려하다. A17프로의 트랜지스터 개수는 전작 대비 30억 개 증가한 190억 개이며, AP에 탑재된 신경망처리장치(NPU)는 7세대 애플 뉴럴 엔진 16코어로 구성됐다. AP에 탑재된 GPU는 6코어로, 화면 업스케일링 제공 등이 가능한 ‘레이 트레이싱’ 가속을 지원하며 GPU와 신경망 엔진이 그래픽 처리 작업을 분산 처리해 전력 소모를 낮췄다는 것이 애플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화려한 스펙은 아이폰15프로 발열 문제 이후 ‘최적화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으로 변했다. 우선 TSMC가 사용한 핀펫 공정이 삼성 파운드리가 확보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 대비 한세대 뒤쳐진 기술인 만큼, 세계 최초 3나노급으로 제작됐다는 A17 프로의 성능 개선이 크지 않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트랜지스터 갯수만 늘리고, 성능 향상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미세화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애플은 보다 많은 연산이 필요한 레이트레이싱 기능을 탑재하며 성능 과시에 주력했다. 반면 GPU 코어는 전작 대비 1개 늘리는데 그쳤다. 발열 이슈가 불가피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티타늄 탑재와 관련한 내구성 문제까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탕같이 바스라지는 아이폰15 관련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아이폰 탕후루 에디션’이라며 조롱하고 있다.
‘왕의 귀환’ 노리는 삼성…갤럭시S24 내년 1월 출시 시나리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S24를 전작 대비 일주일 가량 당겨, 내년 1월에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갤럭시S24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 젠3’과 삼성의 ‘엑시노스2400’이 병용 탑재될 것으로 전해졌다.
엑시노스는 삼성에게는 애증의 AP다. 한때 엑시노스는 애플의 아이폰4 라인업까지 꾸준히 탑재된 삼성 시스템반도체 사업부의 자랑이었다. 반면 언제부터인지 엑시노스의 성능이 애플이나 퀄컴은 물론 화웨이, 미디어텍과 같은 중화권 업체와 비교해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20년 삼성이 최첨단 AP 개발을 위해 5년 가량 꾸려왔던 ‘몽구스 프로젝트’를 해체한 것 또한 엑시노스 성능에 의문을 품게 했다.
이 같은 상황속에서 삼성은 이번 신형 엑시노스 시리즈로 ‘제국의 역습’을 꾀하고 있다. 갤럭시S24가 성공적으로 론칭될 경우 엑시노스 또한 다시금 글로벌 주요 AP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구도다.
여기에 더해 엑시노스 고사양 라인업이 전량 삼성 파운드리 선단공정에서 제작되는 만큼, 삼성의 AP설계력 및 파운드리 기술력을 갤럭시S24 출시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과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물론 그만큼 성능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아이폰15 프로 라인업 발열 문제로 애플이 휘청이는 상황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의 최강자인 삼성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조기 공개될 경우 글로벌 스마트폰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