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문구입니다. 올바른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격언처럼 흔히 사용되기도 하는데요.
이 문구는 바로 LG전자(066570)가 금성사 시절인 1980년 금성하이테크 칼라비전 TV 광고를 위해 들고 나온 카피입니다. 고장 없이 10년을 사용할 수 있는 제품 품질과 내구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당시 가전제품 시장 1위였던 금성사의 자부심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한 마디였죠. 40년 넘게 이 카피가 회자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시피 국내 광고사의 ‘역작’으로 남아있습니다.
광고 한 번으로 그친 게 아닙니다. LG전자가 이 캐치프레이즈를 시대와 상품에 맞춰 계속 활용해온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2012년에는 LG 스마트폰 광고에 이 카피가 활용됐습니다. 당시 애플 ‘아이폰5’를 정조준한 ‘옵티머스G’ 신문 광고를 살펴보면 '순간의 선택이 ‘2년’을 좌우합니다’라는 문구를 메인에 배치하며 힘을 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인 문구 하단에는 'DMB 없었던 2년, AS 어려웠던 2년을 견뎠다면, 이제는 VoLTE도 안되는 2년, 쿼드코어도 없는 2년을 견디셔야 합니다'라는 문구로 단단한 견제구도 던졌는데요. 스마트폰 사용주기에 따라 문구를 살짝 변형해 애플에 대한 견제 의지를 드러낸 점이 흥미롭습니다.
2016년에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인기가 이 카피를 또다시 불러냈습니다. 배우 김성균이 극중 ‘금성사’ 대리점 주인으로 등장하면서 금성사의 세탁기, 브라운관 TV, 카세트 플레이어 등이 모두 상표를 그대로 단 채 드라마에 방영됐는데요. LG전자 역시 이러한 인기를 의식해 최신형 세탁기 '트윈워시' 광고에 해당 문구를 다시 사용했습니다.
2020년에는 이 카피가 귀여운 ‘굿즈’로 재탄생합니다. 금성 로고와 함께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문구가 새겨진 유리컵, 에코백, 스티커 등의 브랜드 굿즈 ‘골드스타 리미티드 에디숀’을 제작한 건데요. 옛것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뉴트로’ 유행에 발맞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마음잡기에 나선 셈입니다.
나는 카네이션, 아빠는 000?…60년 국내 냉장고 광고史
그렇다면 국내 ‘최초의 냉장고’ 광고는 어땠을까요?
지금으로부터 58년 전인 1965년 GR-120, 이른바 ‘눈표 냉장고’로 시장을 처음 열어 젖힌 LG전자(당시 금성사)는 광고를 통해 당시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냉장고의 활용성을 널리 알리려고 시도합니다. 출시 직후부터 몇 년간 ‘한국 최초의 금성전기냉장고’라는 콘셉트의 광고를 복수 일간지에 대대적으로 싣습니다. ‘어머니날에 나는 카네숀(카네이션), 아빠는 금성전기냉장고’, ‘싱싱하고 깨끗한 음식물은 금성전기냉장고’ 등의 문구도 눈에 띕니다.
광고 속 일러스트에도 흥미로운 지점이 있는데요. 바로 활짝 웃고 있는 ‘서양 여성’을 전면에 배치했다는 점입니다. 열려있는 냉장고 속에는 통조림, 당시까지만 해도 구하기 힘들었던 각종 과일 등이 들어있습니다. 냉장고 광고의 주 타깃인 주부들이 모방하고 싶은 근대적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 냉장고 보급률이 채 1%도 되지 않았던 시절이니, 사용자층을 빠르게 늘려나가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었죠.
그렇다면 국내 ‘최초 남성 냉장고 모델’이 등장한 건 언제일까요? 국내에 냉장고가 처음 등장한 지 41년이나 지난 2006년에서야 처음으로 남성이 냉장고 광고모델로 등장합니다. 당시 삼성전자(005930)의 양문형 냉장고 제품인 ‘지펠’ 광고 모델로 기용된 배우 차인표가 그 주인공입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자상하고 섬세한 이미지’를 발탁 이유로 들었는데요.
이를 시작으로 여성이 주류를 이뤘던 가전제품 광고 시장에 남성 연예인이 다수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2010년 LG전자가 디오스 김치냉장고 모델로 축구선수 차두리와 기성용을 발탁하고, 2012년에는 삼성 지펠 아삭 김치냉장고 모델로 가수 이승기와 싸이가 등장합니다. 냉장고가 단순히 ‘주부의 전유물’을 넘어서 가족과 함께하는 가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 선택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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