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기관에서도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공공 부문 부채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데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만큼 더 깐깐한 관리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우리 정부와의 연례 협의에서 “팬데믹 기간 동안 재정이 매우 확장적이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수준이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며 “한국의 재정·통화정책 긴축 기조는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더구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만큼 재정준칙 수립 등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장클로드 트리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역시 최근 방한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공공·민간 부채비율은 GDP 대비 190%였는데 지난해에는 이것이 238%로 48%포인트 늘었다”며 긴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재정 건전성 문제는 한 나라의 정치·경제·행정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미국만 해도 정부 부채한도 확대를 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이 갈등을 빚어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겪었다. 피치는 앞서 올 8월 부채가 많다며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하기까지 했다. 실제 미 국가부채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33조 달러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돈으로는 4경 원을 넘는 액수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미국과 단순 견줄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전체 경제 규모(GDP) 대비 한국의 부채는 다른 선진국보다 적은 편이지만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 코로나19가 번진 2019~2022년 사이 한국의 부채비율은 12.2%포인트 오른 반면 다른 선진국 평균은 5.4%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확장재정으로 국가채무가 크게 늘어난 여파다. 그나마 미국과 일본은 부채가 늘어도 달러화와 엔화가 경제 방파제 역할을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만큼 더 깐깐하게 재정 건전성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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