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 간 충돌이 중동전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에 외국인이 16거래일 연속 매도에 나서며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렸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자 가스·정유주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가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000억 원, 코스닥시장에서 1400억 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이 두 시장에서 모두 매수 우위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만 투매에 나선 셈이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도 2000억 원 이상 순매도하며 추가적인 주가지수 하락에 베팅했다. 외국인들의 적극적인 ‘팔자’ 로 코스피는 19.91포인트(0.81%) 떨어진 2436.24, 코스닥은 12.24포인트(1.49%) 내린 810.54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9월 18일 이후 이날까지 16거래일째 하루도 빠짐없이 코스피시장에서 매도 우위를 보여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이달 들어 16일까지 코스피 순매도 금액만 1조 7755억 원에 달해 9월 한 달 치(1조 603억 원)를 훌쩍 넘어섰다. 외국인은 코스닥에서도 최근 16거래일 중 11일을 순매도로 일관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글로벌 긴축의 장기화 악재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확전 가능성까지 더해져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계속 팔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지상전을 예고하고 이란의 참전 가능성까지 언급돼 투자심리가 더 얼어붙었다는 진단이다.
국제유가 급등에 가스·석유·정유 등 에너지 관련주들은 약세장에서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 대성에너지(117580)가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것을 비롯해 흥구석유(024060)(23.70%), 지에스이(053050)(14.96%), 한국석유(004090)(9.90%), SK이노베이션(096770)(1.29%), 한국가스공사(036460)(1.26%), SK가스(018670)(1.89%), 극동유화(014530)(8.49%), 중앙에너비스(000440)(4.04%), 경동도시가스(267290)(4.60%), 서울가스(017390)(2.76%) 등이 오름세로 거래를 마쳤다.
방산주는 중동 정세 불안과 15일(현지 시간) 폴란드 총선 소식이 맞물리면서 변동 폭을 키웠다. 특히 한국이 17조 원가량 무기를 수출하기로 한 폴란드 정권이 8년 만에 교체될 가능성이 제기돼 무력 충돌 수혜주로 장 초반 상승세를 타던 종목들이 줄줄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장중 10% 이상 올랐던 빅텍(065450)이 이날 2.07% 하락 마감한 것을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4.34%), 스페코(013810)(-0.62%), 퍼스텍(010820)(-0.97%), 풍산(103140)(-0.43%), 코츠테크놀로지(448710)(-2.11%) 등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정치·경제 분야 국제 정세가 갈수록 불확실성을 키우는 만큼 단기간 내에 외국인투자가들이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미국의 긴축 장기화에 예상치 못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발발로 금값 상승, 주가 하락, 유가 상승 등이 단기적으로 부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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