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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기술 보호 없이는 혁신도 없다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반도체 집적회로 배치 설계 도면은 지식재산권 보호 대상인가. 지재권이라면 저작권 또는 특허권 중 어느 방식으로 보호받는가.

전자에 대한 답은 보호 대상이 된다는 것이고 후자는 제3의 방식으로 보호된다는 것이 답이다. 저작권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어야 하고 특허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진보성을 갖춰야 하는데 회로도만으로는 그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힘들다. 그래서 미국에서 최초로 집적회로를 별도의 지재권으로 보호하는 법을 만들어 보호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이 체제를 따르게 됐다. 초기부터 반도체 산업에서 불법 복제 문제가 심각했던 것이다.

도면 이외에도 지재권으로 보호받는 반도체 산업의 기술은 다양하다. 반도체 공정 기술, 장비는 진보성을 갖춰 특허권으로 보호받는 경우가 많이 존재한다. 또한 기업은 공개하기 어려운 기술 또는 노하우를 영업비밀로 보호하고 있다. 집적회로 도면이나 특허는 모두 해당 기술이 공개되며 한정된 기간만 보호받기 때문에 기술이 공개되지 않는 영업비밀보호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반도체 제조 공정 내 장비의 배치 방식, 화학물질의 구성 비율 등 공개 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기술 정보 등을 영업비밀로 보호하며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은 핵심 기술을 선정하고 그러한 핵심 기술에 대해서는 여타 법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보호하고 있다. 이러한 핵심 기술이 해외에서 사용될 경우에는 부정하게 유출되지 않도록 기업에 보호 방안을 요구하며 침해 행위에 대해 더 엄격한 처벌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상의 사례를 통해 살펴볼 때 산업 기술 보호 체제는 기술의 특성과 침해 행위의 유형에 맞춰 보호 방식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보호 대상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기업도 이러한 법적 시스템을 활용해 지재권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최근에는 이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지재권에 의해 보호되는 기술이 부정하게 사용되거나 유출되는 사안이 빈번해짐에 따라 정책 당국과 기업 모두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사법부도 이러한 사안에 대해 양형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혁신의 성과물은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결과이며 실패할 위험을 감수한 결과다. 이러한 혁신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경우 투자에 대한 동기부여가 줄어들어 기술적 리더십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이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기술 개발 못지않게 튼튼한 기술 보호 체제를 통해 혁신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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