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007년 이후 5.0%를 돌파하는 등 글로벌 금융 시장이 출렁이면서 코스피지수의 하방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다음 주 우리나라 증시가 2300선 후반을 맴돌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패닉 셀링(공황 매도)에 의한 단기적 하락이라는 점에서 저점매수할 것을 조언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코스피지수는 직전 주(13일) 대비 81.15포인트(3.30%) 내린 2375.00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822.78에서 53.53포인트(6.50%) 하락한 769.25에 장을 마감했다. 이번 주 16~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4019억 원, 개인이 4247억 원을 순매수했다. 다만 기관은 홀로 8044억 원을 팔아치웠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이 3420억 원을 순매도한 반면 기관이 703억 원, 기관이 3220억 원을 사들였다.
이번 주 코스피지수는 지난 3월 27일 이후 약 7개월 만에 장중 2400선을 밑돌았다. 20일 24.26포인트(1.00%) 내린 2391.54에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장중 2364.01까지 빠졌다. 같은 날 코스닥지수도 775.81에 거래를 시작해 759.40까지 빠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상태”라는 발언에 미국 국채 금리가 5.0%를 돌파한 영향이다. 19일(현지 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5.001%를 찍은 뒤 4.9898%에 마감됐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 선 위로 올라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팔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현재 5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이-팔 간의 유혈 사태 중 역대 가장 많은 사망자 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이스라엘 지원을 언급하며 미국 내에서 재정적자 우려가 커졌다”며 “다음 달 17일 임시 예산한 기한까지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증시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이 제시한 코스피 예상 밴드는 2380~2480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는 단기적으로 주식 시장을 언더슈팅(과도한 하락)시킬 수 있는 변수”라고 말했다. 다만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연준 위원들의 발언 강도가 누그러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김 연구원은 “현 주식 시장은 ‘하락 추세로의 전환’이라기 보다는 ‘패닉 셀링에 의한 단기 언더슈팅’일 가능성이 높다”며 “조정 시 매수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관심 업종으로는 반도체를 꼽았다. 김 연구원은 “대만의 정보기술(IT)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D램과 낸드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공급사들의 감산 효과와 재고 소진이 맞물려 가격이 조금씩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팔 전쟁 이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방산주와 정유주도 기대주로 꼽았다. 이 외에도 3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자동차, 은행주도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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