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발 고금리 쇼크가 국채 시장을 뒤흔든 최근 한 달 동안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를 3500억 원 가까이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리 상승에 주가가 연일 바닥을 찍자 저점 매수로 소위 ‘물타기’에 나선 것이다.
22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개인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인 9월 22일부터 이달 20일까지 국내 상장 장기채 ETF 8종을 628억 원, 해외 상장 ETF 4종을 총 2억 953만 달러(약 2835억 원) 사들였다. FOMC발 충격으로 국채 가격이 폭락을 이어가는 가운데 총 3423억 원을 추가로 쏟아부은 것이다.
개인들의 추격 매수는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하며 올 들어서만 국내외 미국 장기채 ETF를 3조 원 넘게 사들였는데 그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상장 장기채 상품 8종을 4908억 원 사들인데 이어 미국 상장 ETF 3종(15억 6568만 달러)과 일본 상장 ETF 1종(3억 3291만 달러)도 대거 매입했다.
하지만 이들 ETF는 19일(현지 시간) 수익률이 일제히 연저점을 기록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ETF 중 개인 순매수 규모가 가장 큰 ‘ACE 미국 30년 국채 액티브’ 투자자의 평균 손실률은 20일 기준 -13.17%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이 내년 봄쯤 금리 인하 시그널을 내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전까지는 금리 불안이 계속될 공산이 큰 만큼 장기채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장기채는 ‘테마주’가 됐다” 며 “당분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 상단을 5.3%까지 열어두고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개미들이 ‘눈물의 물타기’를 하는 동안 장기채 하락에 베팅한 인버스 ETF의 수익률은 치솟고 있다.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인버스2X(합성 H)’는 13일부터 20일까지11.8% 급등해 전체 ETF(레버리지·인버스 포함) 중 수익률 2위에 올랐다. 1개월(20.71%)과 3개월(38.58%) 구간에서는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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