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스타트업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의 주방기기업체 한일오닉스 인수가 무산됐다. 웨이브는 한일오닉스 인수·합병(M&A)를 조건으로 추진한 투자 유치도 없던 일이 되면서 다시 새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와 한일오닉스는 6월부터 진행해온 M&A 협상을 중단했다. 한일오닉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에이비즈파트너스와 인수 조건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에이비즈파트너스는 한일오닉스를 나노 신소재를 개발하는 코스닥 상장사 나노캠텍(091970)에 매각하기로 했다.
웨이브는 약 330억 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한일오닉스를 인수할 계획이었다. 웨이브는 한일오닉스 지분 100%를 약 300억 원에 인수하고 나머지 30억 원의 연구개발(R&D)과 운영자금 용도로 사용하려 했다. 당시 CB 발행가 기준 웨이브의 기업가치는 630억 원 수준이었으며, 에이비즈파트너스, 산은캐피탈, 기존 투자자 등이 투자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웨이브의 기존 투자자로는 신한벤처투자,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등이 있다.
이번 M&A가 무산된 가장 큰 원인은 양측의 신뢰가 깨진 탓이다. 실제로 구두 협의를 통해 합의한 조건이 양해각서(MOU) 체결 단계에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MOU 체결을 위한 협의가 진행될수록 웨이브의 CB 발행가와 전환 조건, 한일오닉스의 기업가치 등에 있어서 양측의 입장이 큰 차이를 보였다.
양측은 이번 M&A 무산에 대해 상대방의 책임이 크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웨이브의 한 관계자는 “협의에 충실하게 임했지만 에이비즈(한일오닉스) 측에서 더 좋은 매각처를 찾게 되면서 M&A 협의가 중단된 것”이라고 했다. 한일오닉스는 “웨이브 측에서 인수 조건에 대해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다른 매각처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웨이브의 한일오닉스 인수 추진은 지난 6월 투자유치 설명회(IR)를 열어 공식화했던 사안이라 이번 인수작업 중단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설명회에서 웨이브는 자사의 주방 로봇 기술과 한일오닉스의 주방시장 특화 대규모 영업조직 간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김범진 웨이브 대표는 “주방 로봇 기술을 보유한 웨이브와 전통적인 주방설비 기업 한일오닉스 간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다”고 밝힌 바 있다.
설명회를 진행할 때는 웨이브와 한일오닉스 간 M&A에 대한 구두 협의만 진행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M&A를 위한 계약 절차가 진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인수 발표를 먼저 했던 것으로 불확실한 정보로 기업설명회를 진행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설명회에서는 한일오닉스 인수를 추진한다는 의미였지 인수를 완료했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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