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최근 또다시 연저점을 찍으면서 엔화 반등에 수천억 원을 베팅했던 개인투자자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엔화가 바닥 구간에 진입했다는 판단에 올 들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만 5000억 원 넘게 사들였지만 최대 20% 이상 손실을 보게 됐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26일까지 일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주식(ETF 포함)은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엔화 헷지 ETF(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로 조사됐다. 총 순매수 금액은 3억 4086만 달러(한화 약 4617억 원)로 2위 ‘글로벌엑스 일본반도체(Global X Japan Semiconductor)’(4418만 달러)의 7배에 달했다.
일본 현지에 상장된 이 상품은 엔화로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 초장기채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원화를 엔화로 환전해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경우 환차익까지 노려볼 수 있다. 개인들은 미국 국채 가격과 엔화 가치가 모두 연내 상승 전환할 것이란 판단 하에 이 상품을 대거 사들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시장은 정반대로 흘러가면서 손실을 키우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이 ETF는 올 들어 26일까지 23.32%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원·엔 환율이 970원에서 900원 안팎까지 내려가면서 환손실까지 추가로 떠안게 됐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150.25엔으로 엔화 가치는 연중 최저치이자 1년 만의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엔화 반등을 기대하며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상품은 이뿐만이 아니다. 개인들은 국내 유일 엔 투자 ETF인 ‘TIGER 일본엔선물’을 올 들어 848억 원어치 사들였지만 5.91%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
전문가들은 엔화가 한동안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의 저금리 고수 정책이 엔화 강세를 저지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우노 다이스케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수석 전략가는 지난 5일 아사히신문 인터뷰를 통해 “당분간 미국은 긴축, 일본은 완화적 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은행이 움직이지 않으면 올해 안으로 엔·달러 환율이 160엔 선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원·엔 환율은 875원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계산된다.
다만 엔화 약세에 힘입어 일본 증시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주식 투자는 유망하다고 봤다. 이민혜 KG제로인 선임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통화 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엔화의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며 “일본 증시 단기 투자를 고려한다면 엔화 추가 하락에 따른 환손실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환헷지 ETF 등에 투자를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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