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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전이 정보 흘린 게 아닌가요"

박신원 경제부 기자





“전기요금 올리려고 한국전력이 정보를 흘린 게 아니냐는 말도 돕니다.”

지난달 초 미국 상무부가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수출하는 후판(두께 6㎜ 이상 철판)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 상무부는 상계관세를 매긴 배경으로 한국의 저렴한 전기요금을 지목했다. 저렴한 전기요금이 사실상 기업에 정부 보조금처럼 작용했다는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과 한전 적자에 관심이 쏠려있던 상황에서 이 소식은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또 하나의 근거로 작용할 터였다. 상계관세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자 정부와 관련 업계 사이에서는 “한전이 전기요금을 올릴 이유를 만들려고 일부러 정보를 흘린 것 아니냐는 말까지 돈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렸다. 검증 안 된 뜬소문에서 그쳤지만 그만큼 관계 기관 사이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얘기였다.



한전 적자의 원인을 두고 벌어지는 ‘네 탓 공방’은 국정감사에서도 반복됐다. 야당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탓, 여당과 산업부는 한전의 방만 경영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을 탓했다. ‘한전의 뼈를 깎는 자구책이 선행돼야 전기요금 인상을 논의해볼 수 있다’는 정부 기조에 맞춰 한전은 자산을 매각하고 구조조정까지 논의하고 나섰다. 전기를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와 제때 못 올린 전기요금 때문에 부채를 잔뜩 졌는데 뒷감당은 오롯이 한전 몫이다.

네 탓 공방 속에 책임을 피하는 당정의 행태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누구 하나 ‘내 탓이오’ 말하는 사람이 없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부정적 여론도 최소화하고 싶은 마음일 테다. 다만 책임을 돌린다고 대책이 달라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전은 2021년 이후 누적 적자 47조 원, 올 6월 말 기준 총부채 201조 원을 안고 있다. 한전이 가능한 자구책을 최대한 마련하더라도 이 적자가 메워지기는 쉽지 않다. 결국 대책은 시의적절한 전기요금 인상 하나다. 남의 책임만 반복하기보다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한 이유를 국민에게 충분히 설득하고 에너지 복지를 늘릴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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