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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票 잡겠지만…"外人 이탈땐 득보다 실"

[공매도 내년 6월까지 전면금지]

'기울어진 운동장' 정상화 겨냥 불구

자금유출로 시장 변동성 키울 우려

MSCI 선진국지수 편입도 멀어져

김주현 "대외의존 높은 상황 반영"

김주현(오른쪽)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공매도 전면 금지 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금융위




여권이 5일 전격적으로 최소한 내년 6월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하자 금융투자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총선 승리만을 겨냥한 다분히 포퓰리즘적인 정책”이라는 평가를 쏟아냈다. 1400만 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 중 일부의 표심을 얻을지는 몰라도 ‘증시 안정’과 ‘경제성장’이라는 핵심 국정과제를 달성하는 데는 역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투자 전문가들은 특히 한시적 공매도 금지가 외국인 헤지(위험 분산) 수요를 차단해 증시 이탈을 초래하고 가뜩이나 불안정한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특성상 환경적인 불안정성과 불법 공매도가 결합되면 증시 변동성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공매도 금지는 한국의 특이한 상황에서 비롯된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 당국이 6일부터 공매도 금지를 재개하기로 하자 공매도를 무조건 죄악시하는 일부 개인투자자들의 입장만 적극 반영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특히 공매도 제도가 기관·외국인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공한다는 20~30대 청년층의 비판 여론을 감안했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왔다. 이달 초 한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제도 개선과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국민 동의 청원서에는 5만 명 이상이 찬성을 표하기도 했다. 당국은 이에 시장 조성자, 유동성 공급자 등의 차입 공매도를 뺀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의 전 종목을 공매도 대상으로 지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강하게 확산한 점도 당국의 결정을 재촉한 요인이 됐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BNP파리바·HSBC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행위 적발 사실을 발표하자 당 지도부 내 논의도 급속히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매도 금지가 표심과 직결된다는 인식은 야권에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6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시적 공매도 금지로 개인투자자들이 숨 쉴 공간이라도 열자”고 제안한 바 있다.



정치권과 달리 증권 업계에서는 공매도 금지가 불러올 부작용이 만만찮을 것으로 우려했다. 당장 내년 모건스탠리캐피털지수(MSCI) 선진국 편입을 사실상 포기한 셈이어서 외국인 투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MSCI는 올 6월 한국을 재차 선진시장(DM)이 아닌 신흥시장(EM)으로 분류하면서 전체 18개 항목 중 외환시장 접근성 등 6개 항목에 낙제점을 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만 해도 하루 평균 12조 원이 넘던 코스닥 거래 대금은 지난달 6조 5818억 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 대금도 8월 10조 8256억 원에서 10월 8조 3868억 원으로 줄었다. 고금리 장기화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경우 환율 흐름까지 불안정해져 실물경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나왔다.

일각에서는 최근 당국이 근절에 전력을 기울이는 주가조작 사태가 더 빈번해질 수 있다는 걱정도 제기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주가조작 의혹으로 하한가를 맞은 종목 15개 중 12개가 외국인·기관 접근성이 떨어져 주가를 쉽게 올릴 수 있는 공매도 금지 대상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이 같은 지적을 두고 “최근 주가 변동성 확대가 불법 공매도와 직접 연관됐다는 데이터를 분석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상식적으로 불법 공매도가 많아지면 가격 변동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시장 참여 기관 다수가 특정 영역에서 불법행위를 한 정황이 드러난 나라는 (한국 외에) 전 세계 어디에도 없어 공매도 금지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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