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빈대가 확산해 살충제 판매량이 최대 10배까지 급증하고 일부 제품의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살충제는 빈대의 저항성 탓에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는 대체 살충제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성제약(002210)이 제조·판매하는 살충제 ‘비오킬’의 지난달 판매량이 지난해 10월 대비 10배 급증했다. 경남제약(053950)이 지난해 출시한 모기·진드기 기피제 ‘모스펜스’의 같은 기간 판매량도 3배 늘었다. 기내에서 쓸 수 있는 비오킬 100㎖ 이하 제품은 이미 일부 약국과 약국 전용 온라인몰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다만 비오킬은 국내에서 발견되는 빈대가 저항성을 가진 피레스로이드 계열 살충제다. 비오킬의 주 성분 ‘퍼메트린’은 들국화의 일종인 제충국(除蟲菊)에서 나오는 성분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피레스로이드계 물질이다. 이외에도 델타메트린, 싸이퍼메트린 등이 피레스로이드 계열로 분류된다. 질병청은 전날 빈대 발생 현황 관련 회의에서 “주요 살충제인 피레스로이드 계열의 살충 효과는 낮아지고 있어 감시와 효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모스펜스의 주 성분은 독일 바이엘이 개발한 ‘이카리딘’이다. 모기·진드기 기피제지만 빈대 기피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산부를 비롯해 영유아나 반려동물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경남제약 관계자는 “모스펜스는 이카리딘 성분이 15% 함유된 제품”이라며 “아직 생산량을 늘리거나 판매 제품군을 늘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가정용으로 판매되는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의 빈대 박멸 효과가 낮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도 주목받고 있다. 질병청은 모기·바퀴벌레 방역에 쓰이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빈대 방역용으로도 허가하는 방안을 환경부와 협의 중이다. 다만 신경 독성 살충제인 네오니코티노이드는 꿀벌의 신경계도 마비시켜 해외 학계에서는 ‘꿀벌 집단 실종’의 원인으로 꼽힌다. 유럽은 2018년 네오니코티노이드의 실외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빈대 서식지 주변을 진공 청소기와 스팀 다리미 등으로 청소하는 한편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중 가정용으로 허가된 ‘디노테퓨란’ 성분의 제품을 침대 프레임 틈새 등 청소하기 어려운 곳에 분사해주면 좋다”며 “디노테퓨란 성분의 살충제는 약국에서 구하기 어렵고 온라인에서 0.5% 농도의 건 타입 스프레이 제품 등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합동대책본부는 이날부터 현황판을 만들어 전국의 빈대 상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과거 우리나라엔 빈대가 흔했으나 1960년대 새마을운동과 1970년대 DDT 살충제 방역 등을 계기로 거의 사라졌다. 최근 프랑스 등 해외에서 빈대가 창궐하면서 국내에서도 숙박업소나 찜질방 등을 중심으로 관련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부터 6일까지 국민신문고를 통해 질병청에 접수된 빈대 의심 신고 건수는 총 11건이지만 전국 현황이 확인되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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