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6일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에 대해 "꼼수"라며 소비자단체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기업들이 제품 가격은 동결하지만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물가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정 장관도 나서 슈링크플레이션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셈이다.
정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비자가 (식품을) 사 먹을 때 일일이 깨알같이 확인하진 않는다"면서 "100g 들어가던 것을 90g 들어간다고 충분히 공지하면 문제없겠지만 그렇지 않고 슬그머니 (중량) 표기만 바꾸는 것은 꼼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와 공정위원회와 함께 법적 문제가 있는지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그것보다 우선 소비자단체가 나서여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가장 자연스럽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장관은 식품 기업이나 외식 업자들이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가 오를 때 이윤을 유지하기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는 기업이 버틸 수 있을까"라면서 "소비자의 권익을 신장하는 쪽으로 업계에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 장관은 "밀 가격이 배 이상 올라갈 때 업체들이 가격을 많이 올렸는데 지금은 밀 가격이 많이 내려갔지만 (제품 가격이) 한 번 올라간 것은 안 내려가고 있다"며 애둘러 식품업계를 압박했다. 그는 "조금밖에 안 들어가는 특정 품목이 올랐다고 그걸 핑계로 가격을 올리는 건 깊이 들여다보고 업계에 협조 요청을 강하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장물가 관련해선 정 장관은 "배추나 무는 농업인을 생각하면 과도하게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나오지만 소비자들에게 많은 할인혜택을 제공해 전년보다 10%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사료원료 등 42개 품목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다"며 "기존 34개보다 8개 더 늘린 것이다. 내년 이후까지의 연장여부를 다음달 초까지는 결정할 계획으로 업계에서 원한다고 하면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어 "물가는 국민이 제일 우려하는 것인데 최근 안정되고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꼭짓점은 지났고 (앞으로) 떨어질 거 같다"고 말했다.
최근 확산된 소 럼피스킨 방역대처에 대해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 장관은 "지난해 미리 54만 마리 분량의 백신을 도입하고 최초 발생 이후 발빠르게 백신을 들여와 3주 만에 접종을 완료했다"며 "매주 확산상황 등을 살펴 선별적 살처분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토착화 가능성에 대해 "외국 사례를 보면 1~2년가량 백신을 접종하면 청정화됐다고 본다"며 "이달 말까지 국내에서 소량 확진사례가 나올 수는 있지만 이후부터는 최소화될 것으로 내다본다"고 했다. 이어 정 장관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아직 국내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올해 철새가 전년보다 12% 적게 도래했다. 예찰과 방역에 철저를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K푸드 수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수출이 10% 마이너스인데 농식품 수출은 11월 둘째 주까지 1.4% 늘었고 현재 100억 달러를 넘었다. 올해 농식품 수출은 역대 최고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조만간 농심이 카타르 측과 500평 규모의 수직 농장 수주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며 "중동에서 스마트팜과 버티컬팜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해당 국가들의 식량안보와도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우리기업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개 식용 금지에 대해서는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농식품부 등 7개 부처 차관으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정부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조만간 당정협의회에서 협의한 이후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청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