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 빅테크 업체 알리바바가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을 분사한 후 상장한다는 계획을 16일(현지 시간) 전격 철회했다. 사측은 결정 배경으로 미국 정부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 등에 따른 사업환경 변화를 꼽아, 미중 양국 간 갈등이 본격적으로 중국 기업에 파장을 일으키는 모양새다. 여기에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보유지분을 대거 매각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알리바바 주가는 9% 이상 폭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블룸버그통신 등은 알리바바그룹의 차이충신 회장, 우융밍 최고경영자(CEO)가 이날 “알리바바의 전략을 재설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9.14%나 폭락했다.
우 CEO는 이날 취임 후 처음 진행한 공개 연설에서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를 점점 강화하며 수십 년 간 진행했던 사업부문 분리 계획을 재고하게 됐다”며 “특히 클라우드인텔리전스 부문의 전망에 불확실성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에 분사 후 기업공개(IPO)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실행하지 않는 대신 상황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성장모델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알리바바는 올 3월 회사를 사업부문에 따라 총 6개 기업으로 분사한 후 각각 상장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중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부문은 내년 5월까지 완전 분사 후 상장을 추진한다는 목표였으나 이를 철회한 것이다. 차이 회장은 콘퍼런스 콜에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은 투자를 위한 현금 축적에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케빈 넷 토크빌파이낸스 아시아 주식 책임자는 “알리바바 구조조정 계획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놀랍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고급 컴퓨팅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운영에 중요한 인공지능(AI) 칩의 수출 통제를 시행한 게 알리바바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짚었다.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 매출은 올 3분기 276억5000만 위안으로 전년동기대비 2% 성장하는 그친 상태다.
여기에 마 창업자는 계열사를 통해 가족 신탁 형태로 보유 중이던 알리바바 지분을 대거 매각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은 알리바바 계열사인 JC프로퍼티스, JSP인베스트먼트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오는 21일까지 알리바바 지분을 각각 500만주씩 매각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는 마 창업자의 알리바바 지분을 가족 신탁 형태로 보유 중이었다. 이번에 매각하는 알리바바 지분 시장 가치는 15일 종가 기준 8억7070만 달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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