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묶여 있던 이란의 석유 수출 대금 60억 달러(약 8조 원)가 빠져나가면서 3분기 단기 외채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 과정에서 장기 외채가 늘면서 전체 대외 채무에서 단기 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3분기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외 지급 능력을 볼 수 있는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3분기 말 기준 7854억 달러로 전 분기 말보다 214억 달러 증가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순대외금융자산이 늘어난 것은 대외금융자산보다 대외금융부채가 더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대외금융자산(2조 2043억 달러)은 글로벌 주가 하락 등 비거래 요인으로 전 분기 말보다 208억 달러 감소했다. 대외금융부채(1조 4189억 달러)도 국내 주가 하락과 환율 상승 등 비거래 요인으로 422억 달러 줄었다.
순대외채권(대외채권-대외채무)은 3527억 달러로 전 분기 말보다 11억 달러 줄었다. 대외채권(1조 20억 달러)이 외환보유액(-73억 달러) 감소 등으로 169억 달러가 줄어든 가운데 대외채무(6493억 달러)가 단기 외채를 중심으로 157억 달러 감소한 영향이다. 여기에 이란의 국내 동결 자금 회수 영향으로 예금 취급 기관의 현금 및 예금도 79억 달러 감소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이 해외 투자금 확보를 위해 채권을 발행하면서 장기 외채는 61억 달러 늘었다.
따라서 단기 지급 능력을 볼 수 있는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 비율은 34.2%로 전 분기 말보다 4.2%포인트 하락해 2019년 4분기(33.1%)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외채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외채무 대비 단기 외채 비중은 21.8%로 전 분기 말 대비 2.5%포인트 하락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복근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대외 지급 능력이 제고되고 단기 외채 비율이 하락해 외채 만기 구조도 장기화됐다는 점에서 대외 건전성은 대체로 양호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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