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의 우편 사업이 적자의 늪에 빠진 것은 통신 기술 발전과 물류 시장 환경 변화가 맞물린 결과라는 점에서 단기간 반등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우본의 우편 사업은 지난해 선거 효과를 통해 가까스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우편물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e메일 등으로 대체되는 시대 흐름을 거스르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본은 바뀐 통신 서비스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소포·택배 분야에 힘을 쏟고 있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때문에 흑자 전환의 모멘텀이 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본은 우편 사업 전반에 디지털 혁신을 접목해 생산성을 높여가겠다는 복안이지만 보다 고강도의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4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우본의 지난해 전체 우편 물량은 28억 8500만 통으로 2021년 29억 5100만 통보다 2.3% 줄었다. 우편 물량은 2018년 36억 900만 통에서 4년 만에 20% 감소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우편 물량 중 일반 우편물을 지칭하는 ‘통상우편’이 전체의 88.8%를 차지하고 있으며 소포(택배)와 국제 물량 비중은 각각 11.0%와 0.2%다. 전체 물량의 90%가량을 차지하는 통상우편이 주 수익원으로 꼽히지만 e메일 활성화 등으로 해당 물량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현 추세를 감안하면 2019년 30억 통이었던 통상우편 물량이 2030년 14억 통까지 반토막 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본은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택배 쪽으로 우편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다만 택배 시장 또한 ‘레드오션’인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우체국 택배의 시장점유율은 5.7%에 불과하다. CJ대한통운(40.0%), 롯데(14.0%), 한진(12.8%) 등 기존 물류 사업자와의 점유율 격차가 크다. 여기에 쿠팡까지 가세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민간 업체들은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우본의 투자 여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 최근 편의점 택배가 ‘반값택배’ 등을 내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물류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우체국 택배 사업을 민간에 매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우본의 경직된 비용 구조 또한 적자를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인건비 부담이 매년 늘고 있다. 실제 우편 부문 인건비(인건비성 경비 등 포함)는 2018년 2조 7405억 원에서 지난해 2조 8847억 원으로 5%가량 늘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인건비는 전체 사업 비용 중 86%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우편 사업이 우본의 ‘아픈 손가락’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예금·보험 등 금융 부문에서 기록한 흑자 수익이 우편 사업의 적자를 메우는 데 일부 쓰이기 때문이다. 실제 2021년 우편 부문의 결손을 보전하기 위해 예금 분야의 1253억 원이 쓰였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를 단기간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적자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출을 키우거나 비용을 줄여야 하지만 우편 물량이 감소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빠르게 매출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우편요금 인상도 개선 방안이 될 수 있지만 물가 인상 등 여파를 고려하면 이 또한 쉽지 않다.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정부 기관을 수익성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인식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우본 우편 사업의 체질·구조 개선 해법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뉜다. 일각에서는 효율화를 위해서는 공기업 전환 등 조직의 성격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국가 지원을 늘려 적자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며 인력 축소 등 비용 절감을 강조한 반면 김용철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본이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수익성 제고 차원의 경영 전략 수립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본도 적자로 돌아선 우편 사업을 개선하기 위해 전략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정보기술(IT) 활용도를 높여 생산성을 제고하는 한편 경제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요금 체계 개편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우본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적자 해결을 위해 수익성만을 강조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공공적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수익 구조 개선을 이끌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10년을 아우르는 미래 발전전략안을 수립해 추진할 생각”이라면서 “경영 현안과 신규 사업을 노사가 공유하고 전사적으로 추진하는 조직 문화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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