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신전문금융사채(여전채) 시장이 이달 들어서만 10조 원에 육박하는 발행 물량을 소화하며 사상 최대 호황을 맞았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고금리에 발행을 꺼리던 여신전문 금융회사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전망에 채권 조달 금리가 빠른 속도로 내리자 앞다퉈 시장에 뛰어든 효과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이날까지 발행된 여전채는 원화채권 기준으로 총 9조 5940억 원어치에 이르렀다. 아직 11월이 끝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월별 발행 실적으로는 사실상 사상 최대치다. 세부적으로는 이달 카드채가 3조 2750억 원, 캐피탈채가 6조 3190억 원씩 시장에 쏟아졌다.
이달 안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을 고려한 순발행액은 최소 3조 1104억 원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순발행액도 지난해 8월(4조 1410억 원)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드사와 캐피탈사 같은 여전사는 은행의 예금 같은 수신 기능이 없어 운영 자금의 70% 안팎을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다. 여전채 순발행 증가는 영업이 늘어나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크다는 점을 뜻한다.
최근 국내 여전채 시장이 활황을 띠는 것은 1일(현지 시각)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시장이 긴축 주기 종료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해당 채권 금리도 빠르게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전채 순발행액은 고금리 장기화, 대규모 은행채 공급 등으로 조달 여건이 악화하면서 5월부터 지난달까지 1조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8개월 만에 순상환(4870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신용평가 4개사 기준 ‘AA-’ 급 여전채 3년물 금리는 3월 24일 4.201%에서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10월 31일 5.275%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전환했다. 3년물 금리는 24일 4.791%로 지난달 말보다 48.4bp(1bp=0.01%)나 떨어졌다. 여전채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 심리는 주가에도 반영됐다. 신용카드사 중 유일한 상장사인 삼성카드(029780)의 주가는 여전채 조달 금리가 내리기 시작한 이달 1일 3만 1350원에서 24일 3만 2650원으로 4.1% 상승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6~7일 롯데카드가 3350억 원의 대규모 카드채를 안정적으로 발행한 것을 기점으로 여전채 시장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며 “일부 여전사들은 내년에 시장이 다시 악화할 가능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발행 규모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여전채 발행 규모가 당분간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전사들이 이전까지 고금리에 대응할 목적으로 2년 이하 단기물을 대거 발행한 결과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여전채 물량이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하는 까닭이다. 내년 만기를 맞는 여전채 규모는 약 83조 원으로 올해(76조 원)보다 약 7조 원 많다. 김은기 삼성증권(016360) 수석연구원은 “역대 최대 규모의 만기에 대응하기 위한 발행 증가와 금리 하락에 따른 시장 회복으로 순발행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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