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0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재차 동결하기로 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8%까지 높아졌으나 당초 우려했던 중동 사태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되고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국채금리도 떨어지면서 환율 등 각종 부담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올해만 7번째 금리 동결이지만 이번에도 금리 인상의 끈을 놓지 않고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유가와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물가 전망치는 일제히 올려잡았다. 올해(3.6%)는 0.1%포인트, 내년(2.6%)은 0.2%포인트 상향 조정한 데다 2025년 전망치는 2.1%를 제시했다. 내년까지 물가가 안정되지 않는다면 금리 인하 시기는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2월부터 4월, 5월, 7월, 8월, 10월에 이은 7연속 금리 동결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정책금리도 변함없이 5.25~5.50%를 유지한 만큼 양국의 금리 역전 폭은 사상 최대인 2.0%포인트가 이어지고 있다.
금통위가 금리를 더 올리지 않고 동결을 선택한 것은 국제유가나 환율 등이 큰 폭 내리면서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중동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은 지난달 우려했던 것보단 크게 해소됐다. 최근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배럴당 75~75달러 수준으로 지난달 90달러 수준 대비 10% 이상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도 1290원 수준까지 내려 올해 7월 말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당초 우려했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하락하면서 부담을 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달 한때 5%를 넘기도 했으나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4.3%까지 급락한 상태다. 이에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전날 3.64%까지 내려왔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지속하고 있으나 최근 부동산 경기 흐름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추이를 더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6%로 8월 전망치(3.5%)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농축수산물 등을 중심으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8%까지 오른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은 일시적 요인인 만큼 물가 전망 경로에 큰 변화를 주진 않았으나 올해 물가 수준 자체는 높아질 것으로 본 셈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내년과 2025년 물가 전망치를 각각 2.6%, 2.1%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가 목표인 2%에 수렴하는 시기가 더 늦춰질 것으로 본 셈이다. 미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내년 중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한은이 언제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지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4%로 유지했다. 소비 심리가 꺾이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나타난 점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다만 내년 성장률은 2.2%에서 2.1%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내후년 성장률은 2.3%로 제시하면서 점차 반등할 것으로 봤다.
7연속 금리 동결에도 이창용 총재는 간담회를 통해 금리 인하 기대감을 일축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남겨두더라도 시장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하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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