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증시 저평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좀비기업을 대거 퇴출하기 위해 시가총액·매출액 등 상장 요건을 최대 10배 강화한다. 공모가를 부풀린 뒤 상장 직후 매도하는 행태를 막기 위해 의무 보유를 약속한 기관투자가에 최대 40%까지 공모주를 우선 배정하는 등 기업공개(IPO) 시장도 손질한다. 증시 입구는 좁히고 출구는 넓혀 국내 증시의 밸류업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21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자본시장연구원 등은 ‘지속적인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공동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IPO 제도 개선 방안’과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 당국은 먼저 코스피 상장폐지 기준 중 하나인 시가총액 요건을 현행 50억 원에서 2026년 200억 원, 2027년 300억 원, 2028년 500억 원으로 10배 인상한다. 코스닥은 4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단계적으로 높인다. 시가총액 요건은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는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인 만큼 이르면 내년 2월 중 시가총액 200억 원 이하 기업은 즉시 상장폐지 될 수 있다.
또 다른 상장폐지 요건인 매출액 기준은 코스피의 경우 50억 원에서 300억 원, 코스닥은 3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확대한다. 단계적 상향 조정이 모두 마무리될 경우 지난해 실적 기준 코스피 62개사, 코스닥 137개사 등 199개사가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2회 연속 감사 의견이 미달돼도 즉시 상장폐지한다. 아울러 코스피·코스닥·코넥스로 이뤄진 주식시장 체계를 재편하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올해 7월부터 기관투자가 배정 물량의 30~40% 이상을 의무보유 확약 기관에 우선 배정하는 등 IPO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기관이 상장 직후 공모주를 매도해 주가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금융 당국이 증시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려는 것은 상장은 쉬운데 퇴출은 어려운 구조가 국내 증시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고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최근 5년 동안 국내 증시의 상장회사 수는 17.7% 늘어난 반면 주가는 3.8% 오르는 데 그쳤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시가총액과 주가지수 상승률 괴리가 큰 비대칭적인 상황”이라며 “제도 개선을 통해 긴 호흡으로 꾸준히 자본시장 밸류업 모멘텀을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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