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구마다 짊어진 빚이 9186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난 가운데 고금리 여파로 세 집 중 한 집은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통계청이 공동 조사해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전체 가구당 평균 부채는 9186만 원으로 전년보다 0.2% 증가했다. 2022년(4.2%)보다 증가 폭이 크게 줄었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매년 2만 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가구당 금융부채는 6694만 원으로 전년보다 1.6% 줄었다. 집값 하락과 대출금리 인상으로 담보(-2.6%), 신용(-0.7%), 카드 대출(-10.6%) 등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보증금은 2492만 원으로 전년보다 5.3% 늘었다. 1인 가구 증가, 집값 하락 기대 등으로 전월세 선호가 높아지고 거래량도 확대되면서 증가세가 이어졌다.
특히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 가운데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라고 응답한 가구는 67.6%로 전년 대비 3.2%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가계부채 상환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응답한 가구는 5.5%로 전년보다 0.8%포인트 늘었다.
가구가 보유한 금융자산은 1억 2587만 원으로 전년 대비 3.8% 늘었다. 가구 자산의 76%를 차지하고 있는 실물자산은 4억 140만 원으로 전년보다 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가격이 하락하면서 실물자산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했다. 다만 조사가 이뤄진 올해 3월 이후 부동산 가격이 다소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는 만큼 현재 체감하는 상황과 시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조사 당시 1년 후 거주 지역의 집값 전망 질문에 대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18.6%로 전년 대비 9.6%포인트 늘어난 반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17.0%로 14.2%포인트나 감소했다. 부동산에 투자할 의사가 있는 가구주는 52.7%로 5.3%포인트 감소했다.
가구 평균 소득은 6762만 원으로 전년 대비 4.5% 늘었다. 소득원천별로는 근로소득 4390만 원, 사업소득 1206만 원, 공적이전소득 625만 원 등으로 나타났다. 가구소득 가운데 근로소득 비중은 1.2%포인트 증가한 64.9%를 기록했다.
가구주의 예상 은퇴 연령은 68.1세이지만 실제 은퇴한 연령은 62.7세로 나타났다.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가구(83.0%) 가운데 노후 준비상황이 잘 돼 있는 가구는 7.9%, 잘 돼 있지 않은 가구는 53.8%로 집계됐다. 은퇴한 가구 중에서도 생활비 충당 정도가 여유 있는 가구는 10.5%, 부족한 가구는 58.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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