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글로벌 특허 분쟁에서 적극적인 대응으로 전략을 새로 설정하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업을 견제하거나 합의금을 노리고 삼성전자에게 특허 소송을 벌여 온 상대 기업들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거라는 해석이다.
사이니지 특허 분쟁 ‘완승’…48조 시장 공략 재점화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ITC는 지난달 13일 미국 매뉴팩처링 리소시스 인터내셔널(MRI)이 삼성전자와 삼성SDS를 상대로 제기한 디지털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 특허 침해 제소 건에 대해 “위반 사실이 없다”는 예비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가 MRI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거나 문제 제기한 제품에 사용된 기술이 특허 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최종 결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결과가 바뀌는 일은 거의 없어 사실상 삼성전자의 승소라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특허 관련 위반 사실이 없다는 ITC의 예비 결정을 환영한다”며 “최종 결정에서도 예비 결정이 유지될 것을 자신한다”고 전했다.
14년 연속 글로벌 사이니지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MRI의 특허 침해 제소로 미국 사업 전략이 난항을 겪을 위기에 놓였다. MRI는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사이니지의 냉각 시스템에서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는데, ITC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미국 내 제품 판매가 어려워질 수 있었다. 관세법 337조는 미국 내 특허·상표를 침해한 제품은 미국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허 분쟁에서 패할 경우 막대한 손해배상 뿐 아니라 사업에도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만큼 합의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예상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ITC의 조사에 적극 임하면서 위반 사실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MRI를 액정표시장치(LCD) 등 주요 부품에서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혐의로 ITC에 제소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이번 결정으로 불확실성을 해소한 삼성전자는 15년 연속 사이니지 시장 1위를 향해 사업 속도를 더욱 높여 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2018년 197억 8000만 달러(약 26조 원)에서 2026년 359억 4000만 달러(약 48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사이니지 시장에 처음 진입한 이래 14년 연속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31.1%다.
‘밀리지 않는다’ 특허 분쟁, 강경대응 전략으로
이번 사이니지 관련 분쟁 외에도 삼성전자는 글로벌 업계에서 다방면으로 벌어지는 경쟁사들의 견제에 맞서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최근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를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ITC에 제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BOE가 협력사를 통해 영업비밀을 빼간 사실을 확인한 뒤 ITC 제소는 물론 BOE를 자사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초강수를 두며 강력 대응했다.
10월에는 특허 관련 공방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 회사 넷리스트를 상대로 분쟁 대상이 된 특허 자체가 무효라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며 반격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넷리스트에 패소하며 4000억 원 가량의 배상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항소법원에서 원심 파기 결정을 유도하며 사건을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여기에 더해 특허 자체가 무효라며 반격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인 것이다.
이밖에 지난달에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 이볼브드 와이어리스가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에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승소하는 등 법적 분쟁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과거에는 합의를 통해 금전적 이익을 주고 사건을 정리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특허 침해 사건이 제기되면 특허 무효 소송으로 맞대응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