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콸콸 나오는 물 보이시죠? 저 물이 정화시설을 거쳐서 나오는 물이에요. 매일 상시적으로 이렇게 배출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강원도 태백시의 소도천. 하천 한 구석에 위치한 관에서는 이처럼 매일같이 깨끗한 물이 쏟아져 나온다. 지금은 문을 닫은 함태탄광에 차올랐던 물이 함태수질정화시설을 거쳐 정화된 뒤 하천으로 방류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 폐광에 차오른 물인 ‘갱내수’에는 철을 비롯해 비소, 카드뮴, 구리 등의 중금속이 녹아있다. 이 물이 그대로 자연에 방류될 경우 토양오염과 생태계 파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함태수질정화시설은 이 갱내수에 섞여있는 금속물질들을 정화해 깨끗해진 물을 방류하고, 걸러진 슬러지는 시멘트의 부재료로 재활용하고 있다. 정화된 물은 강원도 하이원 스키장의 인공눈을 만드는 데도 활용된다.
함태탄광이 위치한 강원도는 석탄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던 곳이었다. 그러다 1980년대 우리나라의 주요 에너지원이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되며 390여 개의 탄광이 모두 문을 닫았다. 활발했던 석탄 산업이 멈춰서자 지역 경제는 큰 후유증을 앓았다. 광부들이 한 순간에 일자리를 잃고 지역 경제의 중심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역 환경에 미치는 후유증도 컸다. 탄광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와중에는 갱내수의 오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탄광을 파내려가는 동안에는 물이 차있으면 석탄을 캐낼 수 없어 물을 퍼내면서 작업이 이뤄진다. 물이 탄광에 차올라 철과 중금속 등이 녹아드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그러던 지하수가 폐광이 된 뒤에는 비어있는 탄광 안으로 점차 차오른다. 이렇게 차오른 물에는 탄광 안에 남아있던 철, 망간 등의 성분이 녹아들게 된다. 이 갱내수가 하천으로 그대로 방류되기 전에 적절하게 정화하는 것이 수질정화시설의 역할이다.
함태수질정화시설에서는 하루에만 1.5ℓ 생수통 약 3000만 개에 달하는 양의 갱내수가 정화 처리 되고 있다. 박용훈 함태수질정화시설 관리소장은 “갱내수에는 철, 망간 등이 녹아있어서 철이 공기와 만나 산화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붉어진다”며 “응집제를 투입해 슬러지를 걸러내고, 40cm의 모래를 거쳐 맑아진 물이 하천으로 나간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에는 약 5500개에 이르는 휴·폐광산이 존재한다. 이 중 3300개의 광산(7181개소)에서 광해 발생이 확인됐다. 2021년까지 총 1566개소 광산에 대한 광해방지사업이 완료됐다. 정부도 2022년 제4차 광해방지기본계획(2022~2026)을 세우고 2026년까지 총 5652억 원의 재정을 투입해 전국 휴·폐광산 광해방지사업 완료율을 30%까지 달성하기로 했다. 현재 전국에는 △수질정화시설 △광물찌꺼기 저장시설 △지반침하방지(계측)시설 등을 통틀어 총 125개의 광해방지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폐광 지역을 한국 산업 발전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시설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2025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탄광문화공원프로젝트(가칭)’는 광업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박물관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탄광 개발 당시 광부들이 실제로 사용하던 도구와 옷, 시설 등이 박물관에 전시돼 석탄 산업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을 전망이다. 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박물관 내에 소장품은 6만 5000점 정도 되며, 내년 한 해 동안은 전시관을 채우는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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