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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력난 K조선…'중국산 블록' 밀려온다

◆한화·삼성 이어 HD현대도 中서 블록 하청 추진

국내협력사선 제때 조달 어려워

"조선 생산능력 붕괴 시작" 지적

CJ대한통운이 2010년 석유화학운반선의 선미 블록을 해상 운송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CJ대한통운






HD현대중공업(329180)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중국에서 상선용 블록을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상선용 블록은 전량 국내 협력사들이 제작해 HD현대중공업에 납품했다. 그러다 최근 조선 업계의 인력난이 심화하며 국내에서 블록을 제때 조달하기가 불가능해진 상황에 이르렀다. 중국 하청 업체를 통해 블록을 수입하는 한화오션(042660)·삼성중공업(010140)에 이어 HD현대중공업까지 중국 업체와 손을 잡으면 국내 제조업의 대표 격인 조선업의 생산능력이 붕괴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최근 국내에서 상선용 블록 수급이 어렵게 되자 중국 블록 제작사 몇 곳과 접촉하며 블록 물량 생산 일부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1972년 창업 이후 50여 년간 국내 협력사를 통해서만 상선용 블록을 공급받았다.



유명 완구인 ‘레고’처럼 선박은 크고 작은 블록을 한데 붙여 만들어진다. 큰 블록은 하나에 400톤이나 되고,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크고 작은 블록 300개가 들어간다. 통상 협력사가 블록을 만들어 조선소에 납품한다. 철판을 자르고 이어 붙이는 용접 등 작업이 많아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는 핵심 공정이다. HD현대중공업이 우리나라 대신 중국 하청을 통해 블록을 받으면 한화오션·삼성중공업을 포함해 국내 조선 3사 모두가 중국에 블록 제작을 의존하게 되는 셈이다.

중국 하청을 쓰는 것은 조선소 내 인력난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수주가 늘어나며 조선업의 호황이 시작됐다. 이에 각 조선사와 협력사들은 임금을 올리며 인력을 대거 모집했다. 하지만 최근 주문을 받은 고가 선박의 수주 대금은 2~3년 뒤에나 들어오고 당장은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건비 인상이 제한적이다. 또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도 겹쳐 인력 수급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비자 요건을 완화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최근 대거 입국했지만 이들이 숙련공이 되려면 몇 년은 더 있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거제의 한 조선소 협력사 관계자는 “조선소의 인건비가 더 이상 오르기 어려운 게 현재의 상황”이라며 “결국 고육책 중 하나로 중국에서 블록을 들여와 비용 구조를 맞추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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