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한파를 겪었던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반등의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감산 효과에 더해 낸드의 주요 수요처인 가전과 PC·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반등하고 있어서다.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제품에 대한 수요가 확인될 경우 시장 정상화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1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옴디아는 내년 글로벌 낸드 시장 매출을 올해(410억 달러) 대비 31% 증가한 536억 달러(약 70조 5376억 원)로 전망했다. 앞서 옴디아는 올 8월 올해와 내년 낸드 시장 규모를 각각 432억 달러와 531억 달러로 예상한 바 있다. 올해 시장 규모는 하향 조정하고 내년 수치는 상향 조정하면서 상승률 역시 22%에서 10%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올해 들어서만 수십조 원의 적자를 냈던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낸드 사업에서도 턴어라운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낸드 합산 적자는 20조 9000억 원으로 추정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 가격 측면에서 바닥을 확인했다는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내년 낸드 제품 평균판매가격(ASP)은 올해보다 25%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제품에서는 이미 가격 상승이 시작됐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은 10월 가격이 1.59% 오르며 2년 3개월 만에 반등한 데 이어 11월에도 5.41% 상승했다. 3분기 전 세계 낸드 시장 매출도 전 분기 대비 2.9% 상승했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주요 낸드 제조사들이 1년 가까이 큰 폭으로 낸드 생산량을 줄이면서 바닥 저점이 다져진 상황에서 재고 조정이 마무리된 세트(완제품) 업체들의 반도체 구매 정책도 공격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내년에부터는 호재 요인도 줄지어 있다. 온디바이스 AI가 적용된 스마트폰 출시와 맞물려 낸드 탑재량 증가가 예상된다. 또한 각종 AI 서비스 출시에 따른 북미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서버 증설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증가도 점쳐진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올해 13% 하락했던 기업용 SSD 수요는 2024년과 2025년 각각 25%,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한 구형 공정(레거시) 중심의 감산 기조는 내년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1분기 재고 감소세가 확인되며 낸드 가격은 올해 대비 20%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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