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일본은행(BOJ)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곡점이 다가오면서 원화 가치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투자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안정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9원 오른 1319.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날 변동 폭은 크지 않았으나 지난달 중순 이후 원화는 하루에 10원 이상 널뛰는 날이 부쩍 늘었다. 특히 이달 7일(1325.3원)에는 12.2원 올랐다가 8일(1306.8원) 18.5원 내린 후 다음 거래일인 11일(1316.5원)에 다시 9.7원 오르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환율 움직임을 조금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따라 전 세계 통화들이 다 같이 흔들리는 상황이지만 원화의 출렁임은 유독 심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중 원·달러 환율의 전일 대비 변동률은 0.62%로 10월(0.43%)보다 크게 확대됐다. 원화는 미국 달러화(0.37%), 일본 엔화(0.44%), 유로화(0.35%) 등 선진국 통화는 물론이고 러시아 루블화(0.56%), 인도네시아 루피아화(0.53%), 브라질 헤알화(0.52%) 등 신흥국 통화보다도 변동성이 크다.
원화 변동성이 유독 크게 나타나는 것은 달러화는 물론이고 엔화·위안화 등 여러 통화 움직임에 영향을 동시에 받기 때문이다. 경제 펀더멘털이 약해지면서 금융시장이 충격에 취약해진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한미 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인 2%포인트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있으나 높은 환율 변동성이 지속된다면 이마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말까지 환율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 통상 12월에는 글로벌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휴가를 가거나 연말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 등으로 외환 거래량이 감소하는 만큼 당분간 작은 변수에도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일본은행이 19일 회의에서 출구전략을 공식적으로 시사할 경우 단기적으로 유동성이 적은 연말 외환시장에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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