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샵 제작사 어도비가 200억 달러(약 26조 원)에 달하는 디자인 앱 개발업체 피그마 인수 거래를 포기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등지에서 독점 우려에 제동을 걸자 인수 철회에 나선 것이다. 어도비는 합병 취소로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내게 됐다.
18일(현지 시간) 어도비는 지난해 9월 피그마와 체결했던 합병 계약을 종료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밝혔다. 어도비와 피그마는 합병 철회 이유가 규제당국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최고경영자(CEO)는 "어도비와 피그마는 경쟁당국이 내놓은 조사 결과에 반대하지만 독자적인 길을 가는 게 최선의 이익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딜런 필드 피그마 최고경영자(CEO)sms “규제 당국과 수천 시간 동안 비즈니스, 제품, 서비스 시장 간 차이점을 설명했지만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어도비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 디지털 디자인 표준 앱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회사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자인 생산성 향상으로 주목 받고 있다. 피그마는 2012년 설립된 기업으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분야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우버, 코인베이스, 줌 등이 피그마 툴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피그마는 올해 6억 달러 이상 수익이 기대되는 등 빠르게 성장 중이기도 하다.
지난해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는 소프트웨어(SW) 기업 인수합병(M&A)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EU와 영국 경쟁당국이 디자인 툴 시장지배자인 어도비가 피그마를 인수할 경우 독점성이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으며 걸림돌이 생겼다. 최근들어서는 미 법무부도 어도비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세기의 딜’이 엎어졌으나 어도비의 미래는 밝다. 실제 이날 뉴욕증시에서 어도비 주가는 2.47% 올랐다. 반독점 규제 리스크가 사라져 기존의 지배적 위치를 지켜낼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로 해석된다. 투자은행 에버코어 ISI의 커크 마테른 애널리스트는 “어도비는 생성형 AI에 대한 투자로 인해 피그마 인수를 발표했을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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