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이 무산된 뒤 코스닥 시장에 도전하는 스튜디오삼익이 기업가치 산출 과정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이 49배에 달하는 기업을 유사비교기업(피어·Peer) 그룹에 포함해 공모가 뻥튀기 논란이 일고 있다. 가구 업계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성장성을 지나치게 낙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스튜디오삼익은 다음 달 코스닥 상장을 위해 주당 공모가를 1만 4500~1만 6500원으로 책정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637억~725억 원이다. 올 3분기까지 회사의 누적 순이익을 연 환산한 31억 원에 주가수익비율(PER) 28.88배와 일정 할인율을 적용해 평가한 액수다.
스튜디오삼익은 PER 배수 산출을 위해 지누스(013890)와 시디즈(134790), 오하임앤컴퍼니(309930) 등 세 기업을 비교 그룹으로 선정했다. 지누스와 시디즈의 PER이 22.14배, 14.79배인 반면 오하임앤컴퍼니의 PER은 50배에 가까운 49.71배다. 오하임앤컴퍼니를 제외한 평균 PER은 18.47배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증권신고서 작성시 PER 50배부터는 비경상적 수치로 판단한다”며 “스튜디오삼익이 오하임앤컴퍼니를 넣어 의도적으로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스튜디오삼익이 제시한 주당 평가가액에 적용할 할인율 범위도 19.62~29.36%로 올해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들의 평균 할인율 범위(23.02~34.28%)보다 약 4~5%포인트(p) 낮았다. 앞선 새내기주들과 비교해 기업가치 대비 공모가를 높게 책정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둔화로 위축된 가구 시장이 악화한 업황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 제조업 내수출하지수는 지난해 1분기 99.8에서 올 3분기 75.4까지 떨어졌다. 한샘(009240), 까사미아 등 대형 업체들은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올 초 코스닥에 상장한 꿈비(407400) 역시 상장 첫 해부터 적자 전환했다.
스튜디오삼익의 영업이익도 널뛰기를 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20년 39억 원에서 2021년 42억 원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24억 원으로 급감했다.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23억 원)이 지난해 실적을 따라잡긴 했지만 내년도 사업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스튜디오삼익의 주요 매출이 침실가구(3분기 기준 44.34%), 거실가구(27.18%) 등 대형 가구 제품에 치중돼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스튜디오삼익의 기업공개(IPO)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스튜디오삼익은 지난해 IBKS제13호스팩과 합병 방식으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으나 IBKS제13호스팩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스튜디오삼익은 최초 1120억 원 규모의 몸값을 제시했다가 이후 900억 원, 780억 원으로 두 차례나 목표 기업가치를 하향 조정했지만 끝내 상장에 실패했다.
최정석 스튜디오삼익 대표는 기업가치 산정과 관련해 “오하이임앤컴퍼니는 온라인 홈퍼니싱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상장사로 스튜디오삼익과 비지니스적으로 가장 유사하다”며 “공모가 할인율 역시 최근 3개월 일반 상장 기업 평균치 20~33%와 비교하면 당사가 제시한 할인율은 합리적”이라고 답했다. 상장 대표주관사는 DB금융투자(01661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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