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1000조 원을 다시 넘어서 이달 들어 안정적으로 기금 1000조 원 시대가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 1988년 설립된 국민연금은 올 들어 주식·채권 투자수익률이 가파르게 개선돼 35년 만에 한 해 100조 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보건복지부와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금융 및 복지 자산을 더한 기금 총규모가 12월을 기점으로 1000조 원을 크게 넘어섰다. 투자수익률도 9월까지 공개된 8.66%보다 2%포인트가량 뛰어 이달 현재 10%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최근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채권 평가액도 늘면서 기금 전체 수익률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전체 기금 규모가 12월 들어 안정적으로 1000조 원을 넘어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올 9월 중순 기금 규모가 1002조 원에 육박하며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돌파했지만 국내외 증시 하락에 얼마 안 돼 1000조 원이 깨지면서 3분기 말 기준으로 기금 규모가 984조 1610억 원에 머물렀다. 국민연금은 출범 15년 만인 2003년 100조 원 기금을 달성한 데 이어 20년이 지난 올해 1000조 원대로 기금 규모가 올라서 세계 3대 연기금으로서 위상도 한층 강화하게 됐다. 국민연금보다 기금 규모가 큰 곳은 6월 말 기준 일본 공적연금(GPIF·1997조 원)과 노르웨이 국부펀드(GPF·1885조 원)가 있다.
관련기사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올 해 사상 최대 규모인 100조 원 이상의 수익금을 올릴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연금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국내외 증시 상황이 호전돼 올 들어 이날 현재까지는 투자수익이 100조 원을 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지난해 -8.2% 수익률을 기록해 80조 원 규모의 평가 손실을 냈지만 이를 모두 회복하고도 20조 원 넘는 수익을 더 올린 셈이 됐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890조 4660억 원에 그쳤다. 올해 국민연금의 100조 원 넘는 투자수익금은 역대 최고인 2021년(91조 2000억 원)에 비해서도 10조 원 이상 많은 것이다.
국민연금이 올해 100조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배경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3일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을 보내며 주식과 채권 가격이 오른 데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금융 전문가인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기금운용 수익률 개선에 드라이브를 건 성과로 평가된다.
김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를 이끄는 서원주 기금 이사(CIO)는 장기 기금운용수익률을 1%포인트 높여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왔다. 기금 투자의 다변화와 해외 대체투자 확대에 나서는가 하면 자산 배분 체계를 단순화해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한 ‘기준 포트폴리오’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신규 투자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내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무소를 설치하고 신흥국에 해외 사무소를 두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 인력 확대도 적극 추진해 내년 3월까지 국내외 주식 및 채권·대체투자 등에서 운용 전문가 27명을 신규 채용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