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삼성·SK그룹·현대차그룹·LG그룹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들과 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임 100일 동안 한경협 재건 작업에 힘을 쏟은 류 회장은 내년 2월 정기 총회를 앞두고 회장단을 새롭게 꾸릴 예정이다. 새로운 회장단 리스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4대 기업 수장들도 포함될 것인지에 대해 업계가 집중하고 있다.
20일 한경협(옛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회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연 류 회장은 선임 이후 4대 그룹 총수와 소통에 관한 질문에 "4대 그룹이 들어와서 한경협이 살아났고 이 일이 아니었으면 (100일 간) 힘들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해외에 나가면 4대 그룹 총수들과 자주 만나고 개별적으로도 만나 서로 돕겠다는 뜻을 전한다"면서 "이재용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는 잘 아는 사이여서 다른 일 때문에 만나도 자연스럽게 이 이야기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선친들이 전경련 시절 회장·부회장직을 맡았기 때문에 현재 총수들도 관심과 애착, 책임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4대 그룹이 다른 작은 회원사들을 도와주려고 하는 의지도 강해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 같다"고 전했다.
한경협은 지난 1961년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 등 기업인 13명 주도로 한경협이란 이름으로 출범한 후 1968년 전경련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한때 우리나라 '재계 컨트롤 타워, 맏형' 타이틀을 지닌 국내 최대 경제 단체였으나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7년 국정 농단 사태에 휘말리며 조직 규모와 위상이 크게 축소됐다. 특히 4대 그룹은 이 사태를 계기로 탈퇴했다.
류 회장을 선임한 전경련은 55년만에 협회의 이름을 한경협으로 바꾸고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삼성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일부 계열사가 복귀했고 SK, 현대차, LG그룹 등도 6년만에 다시 돌아왔다.
업계에서는 류 회장의 다음 스텝은 4대그룹 총수들의 회장단 복귀를 모색하는 작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회장단에는 10개 회사가 참여했으나 4대 그룹은 합류하지 않았다. 류 회장은 한경협 위상 회복을 위해 네트워크를 최대한 가동해 향후 이들에게 협회의 중추 역할을 맡길 가능성이 크다.
류 회장은 향후 꾸릴 회장단에 대해 "지금은 10명인데 15명, 그다음에는 20명, 최대 25명까지 확보할 예정"이라며 "지금까지 (회장단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류 회장과 간담회에 배석한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4대 그룹 총수의 공식적 회장단 복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무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이미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류 회장은 회장단에 대해 "부회장에 여성 CEO·정보기술(IT) 회사 가입도 고려하고 있다"고도 귀띔했다. 회장단 국정농단 사태로 탈퇴했던 150개 회원사를 다시 불러모으는 것도 류 회장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그는 “그 분들을 다시 모시게 되면 힘이 실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류 회장의 목표는 이들과 함께 정경유착을 끊어내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경제 단체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그는 어두운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내부 통제 시스템인 윤리위원회를 발족하고 초대 위원장으로 목영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선임했다.
21일 내부 혁신을 위한 조직 개편도 발표했다. 한경협으로 흡수통합한 한국경제연구원의 새로운 수장으로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대외협력부원장을 내정했다. 그는 한국경제연구원장과 함께 한경협이 신설한 연구총괄대표(CRO)도 맡는다. CRO 산하에는 미래전략 태스크포스(TF)와 경제교육팀을 신설한다. 또한 글로벌 경제 현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리스크팀과 글로벌 프로젝트 TF를 설치한다.
류 회장은 "회장으로 선임된 지 100일이 지났는데 1000일이 지난 것처럼 쉴새 없이 움직였다. 워크아웃 기업을 회생시키는 기분"이라며 "앞으로 한경협이 '싱크탱크'로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넓히고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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