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예상을 뛰어넘는 분기 실적을 거뒀다. 마이크론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에 PC·스마트폰 판매도 늘며 2025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최근 메모리 가격이 상승 반전하는 등 시장 전반에 경기 회복 신호가 감지되며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실적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마이크론은 2024년 회계연도 1분기 (9월 1일~11월 30일) 매출 47억3000만 달러, 영업손실 11억28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당 순손실은 95센트였다. 적자이지만 월가 추정치이던 매출 45억4000만 달러, 주당 1달러 손실을 상회하는 수치다. 매출은 전년 1분기보다는 16% 늘어 반도체 경기 회복을 짐작케 했다.
마이크론은 실적 발표와 함께 2분기(12월~2월) 매출은 51억~55억 달러, 주당 손실은 21~35센트로 전망했다. 월가가 예상하던 매출 49억9000만 달러, 주당 62센트 손실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둘 수 있다는 발표다. 이에 뉴욕 증시에서 마이크론 주가는 순간 4%가량 상승했다.
마이크론은 AI 붐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힘입어 내년 실적 개선을 자신했다.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고대역·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예측이다. 나아가 2025년에는 전체 메모리 시장이 기록적인 실적을 쓸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산제이 메호트라(Sanjay Mehrotra)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시장 전반에 걸쳐 엄청난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와 AI에 힘입어 2024년 경영 기반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메모리 가격은 최근 반등세로 돌아섰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는 지난 11월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이 전월 대비 15.38% 올랐다고 밝혔다. 2021년 7월 이후 27개월 만의 상승세 전환이다.
내년에는 데이터센터는 물론 PC·모바일 메모리 수요도 늘어나 시장 전반이 호황을 맞을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1분기 모바일 메모리 가격이 올 4분기보다 18~23%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 판매가 늘어날 뿐 아니라 엣지AI(온디바이스 AI) 확산으로 기기 당 메모리 탑재량 또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크론 또한 이날 실적발표에서 “2024년에는 2년간 감소해온 PC 판매량이 다시 늘어나고 스마트폰 시장도 완만하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론의 호언장담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내년 실적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을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 기술력에서 마이크론에 앞선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올해 7조3000억 원대에 그치겠으나 내년에는 34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700억 원대 영업손실에서 벗어나 내년에는 4000억 원대 흑자를 기록한다는 예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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