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업계가 직영 장례식장을 통해 새로운 장례문화 실험에 나서고 있다. 기존 장례식장과 달리 밝은 인테리어를 적용해 어둡고 슬픈 분위기로 가득찬 분위기를 바꾸고, 장례식장 전용 음식과 음료 등을 개발해 조문객 대접의 품질도 한층 높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도입했던 온라인 추모를 더 강화하고 상가(喪家) 모니터링 같은 새로운 서비스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상조회사들은 꾸준히 직영 장례식장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2018년 업계 최초 직영 장례식장 브랜드 ‘쉴낙원’을 선보인 프리드라이프는 올해 경기도 파주시에 11번째 지점을 오픈했다. 보람그룹도 올 8월 부산시 동래구에 10번째 직영 장례식장을 열었다. 교원라이프는 올해 ‘교원예움’이라는 장례 전용 브랜드를 론칭하고 전국 7개 직영 장례식장의 외관부터 내부 인테리어, 장례 물품과 직원 유니폼까지 모두 통일성 있게 변경했다.
상조업계는 직영 장례식장을 통해 다양한 장례문화를 도입하고 있다. 우선 화사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기존 대학병원 등의 장례식장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쉴낙원은 ‘호텔식 장례식장’을 콘셉트로 내세워 고급화 전략을 펴고 있다. 실제 쉴낙원 김포장례식장의 경우 빈소와 영결식장 외에도 게스트룸, 카페, 장례문화 전시관, 제사실 등 문화·편의시설을 대거 설치해 유가족과 조문객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보람그룹도 리모델링을 통해 장례식장 분위기를 밝게 바꾸는 것은 물론 빈소를 저층이 아닌 고층에 설치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보람그룹 관계자는 “대부분의 빈소가 지하나 1~2층에 마련돼 어쩔 수 없이 어두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빈소가 고층에 마련되면 전망이 탁 트이기 때문에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원예움 역시 내부 인테리어에 밝은 우드톤을 적용해 따뜻한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인이 떠난 것을 슬퍼하기만 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고인에 대한 소중한 추억과 기억을 공유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것으로 문화가 바뀌고 있다”며 “상조업계가 직영 장례식장을 통해 고객 수요에 대응하며 장례 문화 변화에 동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에 첨단 ICT 기술이 속속 도입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강제로 비대면 장례식을 치르면서 도입된 서비스들이 더욱 고도화되고 있는 것이다. 교원라이프는 지난 달 전국 7개의 교원예움 장례식장에 온라인 추모 서비스 구축을 완료했다. 전용 앱을 통해 고인의 사진과 영상으로 추모 영상을 만들고, 빈소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공유할 수 있다. 또 조문객은 이 앱을 이용해 방명록과 추모글을 남길 수도 있으며, 추모글은 디스플레이로 실시간 송출된다. 프리드라이프는 부의금 이체부터 화환 발송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모바일 부고 알림 시스템’을 구축했고, 보람그룹은 유가족이 실시간으로 조문객 방문 상황을 확인해 효율적으로 맞이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치했다.
상조업계가 직영 장례식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고령화에 따른 사망자 수 증가로 장례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국내 사망자 수는 2030년 41만 명에서 2070년 71만 명으로 급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상조 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 개선, 서비스 품질 제고, 신규 서비스 창출 등을 정책 과제로 제시할 정도로 장례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례 산업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업계의 직영 장례식장 사업 전략은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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