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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공과대, 입주사마다 교수 멘토링·연구실 지원…창업하면 법인세 3년 면제

[2024 신년기획] 결단의 해, 막오른 경제전쟁

<2>'제조업 린치핀' 인도-스타트업 생태계 핵심 IIT

실리콘밸리 인재풀 장악 최고 명문

델리·봄베이 등 지역별 거점 구축

경쟁률 10대1…교수창업마저 탈락

정부 '인디아 스택' 마련해 전폭 지원

인도 유니콘기업 중 60% 이상 배출

코로나 뚫고 VC 자금 257억弗 유입

지난해 11월 29일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인도공과대(IIT)델리에서 학생과 교원들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델리)=심우일 기자




인도에서 전기차용 모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퀀티온의 공동창업자 K V 나르심함은 인도 해군에서 20여 년간 전기 엔지니어로 일했다. 이후 인도에서 전기차 모터 디자인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2018년께 퀀티온 창업에 참여했다. 해군에서 모터를 많이 취급해왔던 만큼 시장 동향을 포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퀀티온은 인도공과대(IIT)델리의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기술사업인큐베이터유닛(TBIU)의 보육 시설에 입주해 있다. IIT델리의 기술 지원을 받으면 보다 쉽게 기업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나르심함 공동창업자는 지난해 11월 말 인도 IIT델리에서 기자와 만나 “IIT델리의 교수님과 박사과정을 완료한 학생들과도 협업 중”이라고 소개했다.

인도공과대(IIT)델리의 스타트업 리서치앤드이노베이션파크(R&I Park)에 입주한 스타트업인 퀀티온의 K V 나르심함 대표가 자사가 개발 중인 모터를 소개하고 있다.


IIT는 미국 실리콘밸리 인재 풀을 장악한 세계적인 명문 공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IIT는 인도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봉장으로서도 큰 역할을 맡고 있다. IIT델리·IIT마드라스·IIT봄베이·IIT하이데라바드 등 각 IIT 캠퍼스는 산하에 창업 보육 시설을 둬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초기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중 IIT델리는 북인도 지역의 주요 스타트업 육성 거점이다. IIT델리의 TBIU는 시설 입주사마다 관련 전공 분야 IIT델리 교수를 멘토로 할당할 정도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IIT델리의 실험 시설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도 TBIU 입주사의 특권이다. TBIU 시설에 입주한 위치정보시스템(GPS) 스타트업 아이웨이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IIT델리의 전자공학 연구실도 사용하고 있고 전공 교수님의 멘토링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IIT델리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은 인도 지역 창업 초기 기업에 인기다. 입주 경쟁률은 10대1 수준으로 치열하다. 프리티 란잔 판다 IIT델리 혁신기술이전재단(FITT) 원장은 “입주사 중에는 IIT 교수가 창업한 곳도 있다”며 “IIT델리 교원의 창업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IIT는 인도 정부의 창업 지원을 받을 스타트업을 대신 선별하는 역할도 한다. 스타트업의 기술 경쟁력을 판별하는 역량이 뛰어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IIT델리만 해도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TBIU를 운영하기 시작해 약 25년간 창업 보육 노하우를 쌓았다. IIT델리의 보육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합치면 대략 500억 루피(약 7800억 원)가량은 된다는 설명이다. 판다 원장은 “IIT봄베이·IIT마드라스 등 오래된 IIT 캠퍼스에서 관련 역할을 주로 한다”고 전했다.

IIT의 우수한 공학 교육 인프라는 인도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유니콘 기업을 배출한 원동력이다. 인도 정부의 투자 유치 지원 기관인 인베스트인디아에 따르면 인도의 유니콘 기업 수는 총 111개에 달한다. 이 중 68개를 IIT 졸업생이 창업했다. 판다 원장은 “내가 IIT에 다녔을 때만 해도 IIT 졸업생 중에는 미국에 가서 박사 학위를 따려는 사람이 많았다”며 “그러나 요즘은 많은 IIT 학생들이 인도 내 창업을 원한다”고 말했다. IIT델리에서도 의향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6개월~1년간의 기업 채용 프로그램(placement)을 연기하고 사업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인도공과대(IIT)델리의 스타트업 리서치앤드이노베이션파크(R&I Park)에 입주한 서피스모토의 시예드 M. 샤하바즈 대표가 자사의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인도 정부 역시 2015년 ‘스타트업 인디아’ 전략을 발표하며 창업 생태계 육성에 시동을 걸었다. 창업 10년 이내 기업에는 3년 연속으로 이익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주고 인도중소기업개발은행(SIDBI)에 1000억 루피(약 1조 5600억 원) 한도의 투자 기금을 마련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의 디지털 인프라 플랫폼인 ‘인디아 스택’까지 구축하면서 페이티엠(Paytm)과 폰페(PhonePe) 등의 핀테크 스타트업이 급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인도 스타트업 시장을 겨냥한 투자 자금도 급격히 늘고 있다.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인도의 벤처캐피털(VC) 투자 규모는 2022년 257억 달러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유동성이 풍부했던 2021년(385억 달러)에 비해 줄어들기는 했지만 스타트업 인디아가 발표됐을 당시인 2015년(63억 달러)와 비교하면 4배나 된다. 미래에셋증권은 2022년 글로벌 VC 시장에서 인도의 점유율이 5.2%라고 추산한다. 세계 4위 수준이다. IIT델리 졸업생으로 창업 기업을 4년 만에 매각한 경험이 있는 한 니메시 굽타 오일러모터스 총무이사(Chief of Staff)는 “인도의 벤처 투자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며 “이게 바로 인도 경제의 든든한 한 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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