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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만 투자자 稅부담 덜어…ISA 비과세 한도도 2배 늘릴 듯

■尹 증시 개장식 첫 참석…금투세 폐지 공식화

공매도 한시 금지·양도세 완화 등

잇단 부양책으로 저평가 해소 적극

尹 "국민 자산형성 지원 대폭 확대"

ISA 활성화 땐 추가 자금 유입 기대

野 반발·증권거래세 재산정은 과제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첫 거래일 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을 밝힌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을 덜어 증시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투자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가 지난해 11월 공매도 전면 금지와 12월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에 이은 3번째 증시 육성책으로 올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과 맞물려 증시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금투세 폐지는 증시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획재정부가 2022년 11월 추산한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약 15만 명(10년 평균 주식 거래 내역 기준)이다. 절대 비율만 보면 전체 개인투자자 1400만 명의 0.11%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슈퍼 개미(고액 자산가)’로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금투세 폐지로 이들의 거래가 활발해지면 코스피 3000 회복에 확실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초 공매도 금지 대책을 내놓고 12월 말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높이자 국내 증시는 저점을 다지고 연말 랠리를 펼친 바 있다. 지난해 10월 31일만 해도 코스피는 2277.99로 연저점 부근까지 하락했지만 정부의 연이은 증시 부양책이 나오자 지난달 28일 2655.28로 두 달 만에 16.6% 급등했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증시 부양책도 연말 랠리의 주요한 이유 중 하나”라며 “한시적 공매도 금지로 증시의 추가 하락을 막고 연말 양도세 기준 완화로 개인투자자의 매물 폭탄 출회를 최소화한 게 유효했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개장 신호 버튼을 누른 후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금투세 폐지가 정부 뜻대로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금투세 폐지는 세법 개정 사안으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발과 증권거래세 개편 문제가 걸려 있어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금투세를 도입한 민주당이 폐지에 반대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금투세 폐지 계획에 대해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기본적으로 현 정부의 공약과 국정과제는 금투세 폐지였던 만큼 이를 일관되게 추진해왔다”며 “연내 세법 개정 과정에서 국회 논의를 짚어보고 정부 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상당수 소액 투자자가 금투세 대상이 될 수 있고 이 자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할 수 있다”며 “부동산 위주의 자산 구성을 바꾸는 데도 금투세 폐지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투세 폐지에 따른 증권거래세 재산정 문제도 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금투세 도입에 따라 증권거래세를 지속적으로 축소해왔다. 기재부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증권거래세율은 지난해 0.20%에서 올해(0.18%)와 내년(0.15%)까지 꾸준히 하락한다.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주식 투자로 차익을 낼 때 금투세를 매기고, 거래를 할 때마다 세금을 매기면 중복 과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거래세 폐지 시 자본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세수가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증권거래세만 하더라도 2021년 10조 2556억 원에서 2022년(6조 3029억 원), 2023년(추정치 4조 9739억 원)으로 3년 연속 줄었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을 고려할 때 금투세를 폐지하면 증권거래세 인하를 계속해야 하는지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정부의 이번 금투세 폐지 결정이 선거용일 뿐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 영향력이 가장 큰 수급 주체는 외국인으로 금투세 폐지와 무관하다”면서 “일부 고액 자산가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금투세 폐지와 함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비과세 혜택 확대 가능성에도 힘을 싣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ISA 등 국민의 자산 형성 지원 프로그램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ISA는 하나의 계좌로 다양한 금융상품을 운용하면서 다양한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통합 계좌로 연간 최대 200만 원까지 비과세가 된다.

증권업계와 금융당국은 ISA의 비과세 한도가 현행 200만 원에서 300만~400만 원까지 상향 조정될 가능성에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ISA가 활성화할 경우 부동산에 편중된 국민 자산이 주식과 채권 등 다양한 투자처에 분산돼 안정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내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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