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신년사 핵심 키워드로 리스크 관리를 통한 위기 극복을 꼽았다. 지난해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만큼 철저한 내부 통제를 통해 고객 신뢰를 확보한 후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금융투자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2일 신년사를 겸한 취임사를 통해 “지난해 전사의 많은 부분에서 손실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회사는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다”며 “우리는 지금의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리스크 관리에서 벗어나 시스템 기반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를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영채 NH투자증권(005940) 대표는 시장의 위기가 지속될수록 원칙을 지켜야 가장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원칙 준수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무엇이 옳은지 모를 때, 선택에 대한 결과가 확실하지 않을 때 ‘원칙’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최선의 판단 기준”이라며 “원칙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고객과 회사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도 “승리의 법칙은 기본적인 것들을 잘 지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증권(006800) 대표를 맡고 있는 김미섭·허선호 부회장 역시 지켜야 할 원칙을 강조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성장 전략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 부회장과 허 부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시장에 만연한 위험 불감증,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에 근거한 투자와 경영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뼈저리게 느꼈다”며 “금융업은 다양한 위험 요인들을 원칙과 기준에 따라 잘 관리하고 이용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해를 맞아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비해 손익 안정성을 제고할 것”이라며 “고객 운용자산과 자본 흐름, 수수료 기반의 자산관리, 영업·매매, 연금 사업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현·이홍구 KB증권 각자 대표는 직원들에게 위험관리 능력 개선을 주문했다. 김 대표와 이 대표는 “기업금융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균형성장을 통해 국내 증권업계의 선도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PF 관련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업의 경쟁력 강화를 언급했다. 그는 “토큰증권발행(STO)·핀테크 등 디지털자산 시장 선점과 글로벌 분야 질적 성장, 디지털 인재 양성 등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고 밝혔다. 이어 “내부 조직과 프로세스를 고객 중심으로 개선하고 위기 상황에도 경쟁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위험 관리 체계와 내부 통제 시스템도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자산운용사 대표들은 신년사에서 운용 수익성 제고에 대한 의지와 새로운 투자 전략 구축 필요성을 화두로 던졌다.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는 “운용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첫째도 둘째도 수익률”이라며 “상장지수펀드(ETF) 성장을 위해 본부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상품 개발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양인찬 에셋플러스운용 대표는 “인공지능(AI)이 촉발한 파괴적 혁신은 지금까지 만났던 어떤 혁신보다도 강력하고 오래갈 것이고 구조조정 또한 위협적일 것”이라며 “하지만 파괴와 함께 놀라운 기회를 동반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올해는 재무적으로 탄탄한 기업,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기업, 경쟁사들이 많이 사라지는 업종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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