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벤처 투자 심리는 상당 부분 회복될 겁니다. 딥테크 중에서도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주목받을 것입니다. 여기에 국내를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능력과 열정이 있다면 더욱 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입니다.”
윤건수(사진)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DSC인베스트먼트 대표)은 3일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시그널을 준 것은 투자 시장에서 의미가 크다”며 “설령 금리 인하가 실제로 실현되지 않더라도 추가 상승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 벤처 투자 회복의 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해 투자 화두는 ‘글로벌’이 될 것이며 AI와 로봇을 필두로 한 기술 기업에 투자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딥테크 중에서도 올해 투자 유망 업종으로 AI와 로봇을 꼽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윤 회장의 생각이다. 노동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자동화 기술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인력 대체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특히 AI·로봇은 내수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비교적 손쉽게 해외로도 진출할 수 있어 한동안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벤처 투자 업계에서는 수익성에 무게를 두고 기업을 평가해 투자를 집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향후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결국 벤처기업의 본질은 성장성에 있다”며 “올해 시장 상황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업계 전반적으로도 기업 성장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짙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 회장은 투자 혹한기 직격탄을 맞았던 바이오·플랫폼 업종은 올해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윤 회장은 “바이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혹한기가 지속될 수 있다”며 “국내 자본 시장과 바이오 업계가 신약 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만큼 규모가 크지 않아 글로벌화에 성공하는 일부 기업 외에는 투자를 받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플랫폼 업계에 대한 투자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 회장은 “지난해 각 분야별 1위 플랫폼들이 몸집을 줄여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플랫폼 시장에 굉장히 중요한 시그널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플랫폼 기업들이 주목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컬리, 직방, 두나무 등에 초기 투자한 DSC인베스트먼트를 창업한 국내 벤처캐피털(VC) 1세대다. 그는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성장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1990년대 미국 ‘닷컴버블’이 결국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팔을 키워냈다"며 “리스크가 큰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실패 사례가 생기더라도 결국은 ‘스타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과 자본이 모이면 결국 무엇이든 만들어지기 때문에 유망 산업에 대해 우수 인재, 자본이 집중될 수 있도록 민관이 전폭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