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의 미국 기업공개(IPO)가 임박한 가운데, 현지 양대 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중 어느 곳 선택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규모 자금조달을 위해 세계 최대 규모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NYSE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기술주가 대거 상장돼 있는 나스닥으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올해 상반기 중 미국 IPO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야놀자는 NYSE에서 해외자본시장본부장을 맡았던 알렉산더 이브라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하면서 미국 상장 작업의 신호탄을 쐈다.
야놀자의 미국 상장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야놀자가 미국 상장에 성공하면 15조 원~20조 원 수준의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야놀자는 2021년 7월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로부 투자를 유치하며 10조 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야놀자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투자자 대상 로드쇼(기업설명회)와 공모가 책정 등을 거쳐 하반기에 증시 입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브라힘 CFO는 한국 본사가 아닌 미국 현지에 상주하며 야놀자의 미국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은 야놀자가 향할 미국 증권시장에 쏠리고 있다. 야놀자 경영진은 NYSE와 나스닥을 놓고 상장 시장에 대해 막판까지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 상장에 성공한 쿠팡의 사례도 참고하며 어떤 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더 이득일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쿠팡의 경우 대규모 자금조달의 용이성을 고려해 2021년 NYSE에 상장했다. 쿠팡의 시가총액은 현재 280억 달러(약 36조 원) 수준이다.
야놀자 역시 쿠팡과 같이 NYSE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야놀자가 숙박·여행 예약 플랫폼을 넘어 여행 기술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 유치 필요성이 큰 만큼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한 NYSE 입성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쿠팡의 경우 NYSE 상장 과정에서 신주 발행을 통해 약 4조 원 수준의 자금을 확보했다. 또 이브라힘 CFO가 NYSE에서 아시아와 남미 등 글로벌 기업 IPO와 자본 조달을 지원했던 업무를 했다는 점에서 야놀자의 NYSE행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빅테크 기업들이 대거 상장돼 있는 나스닥도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나스닥에는 애플, 아마존을 비롯해 알파벳(구글 지주사),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상장돼 있다. 또 나스닥은 현재 가치보다는 미래 성장 가능성을 중요하게 보는 증권거래소로 평가된다. 야놀자의 이번 상장의 주요 배경이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기술기업으로서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에서 나스닥 상장이 더욱 적합하다는 시각이다.
야놀자는 직상장보다는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통한 상장 방식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미국 증시에 직상장하기 위해선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규모 양도세가 발생하는 탓에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ADR 상장은 미국 은행이 해당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발행한 예탹증서를 증시에서 거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대표적인 ADR 종목으로는 중국의 알리바바, 대만의 TSMC 등이 있으며, 국내 기업 중에서는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 POSCO홀딩스(005490) 등이 있다.
야놀자는 아직 미국 상장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야놀자 관계자는 “상장 시기나 방식 등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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