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시장 가격 반등 현상은 모바일 분야 외에도 서버·PC 등 주요 분야에서 골고루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불황의 터널을 거쳐 메모리 수요·공급 균형이 맞춰지고 인공지능(AI) 확대로 주요 기술 업체들이 부품 구매를 재개하면서 반등의 폭이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지난해 12월 서버용 32GB DDR5 D램 가격 예상치를 일제히 올렸다.
지난해 11월 옴디아는 내년 1분기 32GB DDR5 D램 가격을 73달러로 예상했다. 한 달 후 이 회사는 해당 제품 가격을 기존 예상치에서 9.6% 올린 80달러로 제시했다. PC용 D램 가격도 같은 기간 동안 전망치를 10.5% 올렸다.
모바일·서버·PC는 세계 메모리 응용 분야의 3대 축이다. 초대형 정보기술(IT) 고객사들이 제품 생산을 위해 대량으로 메모리 칩을 구매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의 매출과 직결되는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점진적 가격 반등은 실적 개선의 신호가 될 수 있다.
주요 메모리 시장은 지난해 암울한 시기를 겪었다. 코로나19 이후 물가·금리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IT 기기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약 13조 원 규모의 적자가 예상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다만 이 시기 동안 메모리 회사들이 진행한 감산 정책으로 수요·공급 곡선이 균형이 맞춰가는 모습이다.
AI 시장 확대 또한 메모리 시장에서 호재다. 챗GPT 등 생성형 AI 구동에 필수적인 장치로 각광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량은 올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HBM은 전체 D램 시장 매출에서 5% 내외의 비율을 차지하지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수익성도 범용 D램에 비해 좋아서 D램 업체들의 매출 개선이 기대된다. 온디바이스 AI 열풍이 PC 시장까지 닿으면서 이 분야에서의 D램 수요도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 수요가 중요한 PC 시장에서 중앙처리장치(CPU) 기업들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온디바이스 AI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며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킬러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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