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숨진 고(故) 이대진씨 유족이 재판 비공개·지연 문제에 대해 법원의 조치를 요청했다. 아무런 설명 없는 재판 지연이나 비공개 전환이 ‘고발인 명예·인권은 물론 알 권리마저 봉쇄한 게 아닌지’라는 의문 제기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씨 형인 이래진씨는 ‘존경하는 서울지방법원장님’이라는 제목의 의견서를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에 제출했다.
이씨는 의견서에서 “재판정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재판장의 비공개 전환 명령이 있기도 전부터 저와 변호사를 출입 금지했다”며 “이 과정에서 20여 명의 경호대가 가로막는 등 통제를 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12월 22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 출석 때 사례를 예시로 제시했다. 당시 박 전 원장에게 감사원 최종 보고서를 보여주고, 생각을 들으려 했으나 경호대에게 제지를 당했다는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은 피고인 우선주의인지, 고발인의 명예·인권, 알 권리는 봉쇄되는 나라인지 묻는다”며 “황당하고 무리한 경호 행위이자 편파적 행위라며 법원장(님)의 현명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 혐의를 받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인사들에 대한 첫 증인 신문을 지난해 4월 21일 열었다. 하지만 국가 안보를 해칠 우려가 있다며 재판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법원조직법 제57조에 따르면 재판 심리는 국가의 안전 보장과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재판부 직권으로 비공개를 결정할 수 있다.
이씨는 또 “사건이 발생한 지 4년째 접어들고 있으나 1심도 안 끝났다”며 재판 지연에 대한 설명도 요구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분명히 (같은 해) 7월까지 1심 증인 심문을 마치고 1심이 진행된다고 했는데, 왜 그렇게 길게 연기되는지 (저희에게) 설명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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