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이 바닥을 치고 반등하면서 지난해 11월 경상수지가 40억 달러 넘는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여행 증가로 서비스수지 적자가 커지고 외국인투자기업들의 이례적인 배당 지급으로 본원소득수지가 적자 전환했으나 상품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경상수지가 7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이어간 것이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1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40억 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68억 달러)보단 줄었으나 지난해 5월 이후 7개월 연속 흑자다. 올해 1~11월 누적 경상수지는 274억 3000만 달러로 연간 전망치(300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 회복 흐름이 나타나는 것은 지난해 11월 상품수지가 70억 1000만 달러 흑자를 낸 영향이 컸다. 전월(53억 5000만 달러)보다 흑자 폭도 커졌다. 수출(564억 5000만 달러)이 전년 동월보다 7.0% 늘어난 가운데 수입(494억 5000만 달러)이 8.0% 줄어든 결과다.
먼저 수출은 반도체 경기 회복과 대중(對中) 수출 부진이 완화하면서 두 달 연속 증가세가 나타났다. 승용차(22.9%), 반도체(10.8%), 화공품(2.6%) 등 주력 품목 수출이 회복된 흐름을 보였다. 대중 수출도 지난해 1~9월 평균 증감율 -24.1%에서 11월 -0.2%까지 반등했다. 수입은 원자재(-13.2%), 자본재(-11.7%), 소비재(-6.2%) 등 대부분이 감소했다.
상품수지 흑자에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전월보다 줄어든 것은 상품수지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에서 적자 폭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서비스수지는 21억 3000만 달러 적자를 내면서 전월(-12억 5000만 달러)보다 악화했다. 동남아·중국 등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여행 수입이 줄어든 반면 일본 등 출국자 수 증가로 여행 지급이 늘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12억 8000만 달러로 커진 영향이다.
지난해 상품수지 부진에도 경상수지 흑자 원천이 됐던 본원소득수지는 1억 5000만 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배당 지급이 크게 늘면서 배당소득수지가 8억 1000만 달러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금융업, 유통업 등 비상장 외국인투자기업을 중심으로 11월 배당 지급이 확대되면서 본원소득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며 “배당 지급 요인이 사라지면 12월엔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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